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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집 기획
홍보물
63세, 영화 찍기 딱 좋은 나이입니다!
작성자
부천문화재단
작성일
2022.08.08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BY-NC-ND)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듯 20대 청춘들에게 환갑이라는 나이는 그저 아득히 먼 미래라고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누구도 환갑의 나이를 새롭게 도전하는 나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여기 그 편견에 도전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계시는 분이 있어 만나보았습니다. 63세, 누군가에게는 은퇴 후의 평온하고 안락한 삶을 영위하는 나이라면,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열정적인 나이’이기도 합니다.

63세, 영화 찍기 딱 좋은 나이라고 말씀하시는 이순희 선생님. 도전하는 열정, 배움에 대한 열정에는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선생님을 만나보시면 그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인지 실감하실 겁니다.





열정을 쏟기에, 너무 많은 나이라고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은퇴 전엔 어떤 직업을 가지셨는지 궁금합니다.

부천문화재단의 문화정책기획홍보팀에서 근무했습니다. 영상 쪽과는 무관한 일이었습니다.

영상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습작 다큐멘터리를 다수 제작하셨다고 들었는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요즘 유튜브가 유행하잖아요. 나도 따라가기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유명한 유튜버가 되자는 뜻은 없고 변화하는 세대에 조금이라도 적응을 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 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사회복지사였는데 우리 시대 때는 여성 인권이라는 말조차 없었고, 여성에게는 인권이라 할 수도 없는 고난으로 가득했던 시대였어요. 그런 시절에 제가 딸이 일곱인 집의 장녀인데 나름 집안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고, 여성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영상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나만의 시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사람들이 재미있어하진 않죠? (웃으시며.) 제가 생각하는 것을 영상으로 담는 것, 또 영상만의 다양한 기법을 통해 보일 수 있으니 고민 중입니다. 아직 완성은 못 했고요.
지금은 일상생활에서 시니어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이나 취업, 또는 여러 가지 취미생활 등 몰라서 못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정보를 드리기 위한 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니어 멘토 스쿨을 알게 되신 계기는 부천문화재단에서 근무하시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신 거네요?

그렇죠. 일을 그만두면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잘 보낼까 고민해 봤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 둘이 할 수 있는 것, 여러 명이 할 수 있는 것.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지고 있어야 외롭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 중에선 책 읽기, 운동하기, 영상 제작 같은 경우가 있었고요. 혼자서도 단체와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영상 제작을 통해 현재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무용도 하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잠깐 중단된 상태입니다.

와, 한국무용이라니,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학생일 때는 정말 부유한 집안이 아니면 발레니, 무용이니 예술 쪽은 사치스러운 교육이었어요. 집이 여건이 안 되니 꿈도 못 꾸고.... 현재는 내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되니 도전하는 거죠. 잘하지는 못해도 연습해서 마을 동네 축제 시 함께 공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네요. 이번엔 영상을 촬영하는 현장 분위기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데요,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은 크게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촬영 전에 촬영팀에 대한 분석부터 담당자나 기획자들 인터뷰 전 인터뷰 내용 작성한 것을 미리 보내 준비할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요즘은 7~8분, 5분 이상 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데요, 영상을 편집하는 목적은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이고 영상이 길면 지루한 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때는 목적한 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10분 이하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인터뷰 내용에 참고 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기법도 사용 중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뷰를 먼저 따고 내래이션 식으로 영상화면을 보여주며 음성으로 인터뷰가 흘러나오는 형식으로 시간을 단축하는 거죠.

매일 편집실에 출근하시는 건가요?

바쁠 때는 하루에 서너 시간씩 작업하고, 작업이 바쁘지 않은 보통은 주2, 3일 정도 출근합니다. 편집하다 보면 시간이 너~무 잘 가요! (소녀처럼 웃으시며.) 이게 디테일한 작업이 많다 보니 몰입하게 돼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더라고요.

영상을 제작하시면서 힘드신 부분은 없으신가요?

힘들죠..., 아직은 능숙하지가 못해서..!? 부시멘 동아리라고 우리는 서로 본인이 잘하는 것을 알려주고 공유하는 동아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면에서 못하는 부분은 서로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배우고 실력을 늘리고 있습니다.

현장에서의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따로 사용하시는 촬영 장비가 있으신가요?

보통은 둘이 촬영을 진행하는데 여건이 안 되는 경우에는 혼자 갑니다. 그렇지만 둘이 촬영하는 것이 확실히 좋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준비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도 있고 영상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정면만이 아닌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고, 정면과 측면을 믹스해서 쓰는 게 좋죠. 촬영은 휴대폰으로 하기도 하고 부천 미디어센터에서 캠을 빌려서 쓰기도 합니다. 요즘은 휴대폰 성능이 너무 좋아서 휴대폰이 훨씬 잘 나오는 경우도 많아요.

본격적인 활동 계기가 ‘촬영’에 대한 흥미였는지요?

부천 시니어 멘토스쿨 프로그램을 알게 되면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촬영, 편집, 기획으로, 이 세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세 가지를 모두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시니어 멘토분들이 분야의 경계 없이 두루 어울려 활동하시는 모습을 생각하니 배우고 얻을 게 많은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죠~! 단체로 하는 큰 작품을 찍는다면 역할 분담이 확실히 됩니다. 촬영을 잘하는 사람은 촬영을, 편집에 자신 있는 사람은 편집을, 각자 분야에 대한 역할 분담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렇다면 선생님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어느 쪽이신가요?

자신 있는 부분은 없어요!! 그래도 그나마 자신 있는 부분이라고 하면, 우리 동아리에서 나이가 최연소라 행정 업무를 주로 맡아서 하는 정도? 지원서를 낸다거나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나머지는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에게 배우고 있어요.

시니어 멘토의 주된 일은 무엇인가요? 주로 시에서 활동하시나요?

예전 같은 경우엔 개인적인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관심 있는 것을 찍어 영상을 만들고 개인 유튜브에 올리는 작업을 했어요. 올해부터는 미디어 지역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부천시와 연관된 소규모 예술 공연 지원 홍보 자격으로 영상을 다수 제작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창작소라고 영상 제작 능력이 있는 시민 크리에이터분들을 지원하는 콘텐츠사업에서 이번에 조연출로 참여하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단편영화인데 조연출을 부탁하셔서, 배우들과 대사를 체크하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준비를 돕게 되었습니다. 원래 이번주가 촬영 예정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연기되었습니다.



재밌게 열심히 살면 그게 바로 열정이 아닐까요?

부시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작년에 서울 노인영화제에서 <오늘도 가방을 멘다>로 우수상을 받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인 것 같아요. 동아리 회원들의 공동 작업으로 이뤄졌고 한 사람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였습니다.

작품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3개월 정도 걸려요. 시나리오 수정을 3차 정도 진행하는데, 우수상 탄 작품에 관해 이야기해보자면 찍는 영상에 따라 추가해야 하는 점, 또 주연 배우의 시나리오에 대해 생각하는 것 등 기초적인 준비부터 찬찬히 진행됩니다.

앞서 말씀해주셨던 다큐멘터리 제작에 대한 열정과 계기로 선생님의 마음가짐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삼대의 경우만 보아도 본인의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성장했으며 어떤 직업을 가졌으며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철학은 무엇이며 이런 스토리를 잘 모르니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선조들의 평범한 스토리의 영상을 제작해 USB에 담아내면 후손들이 보았을 때, 세대공감이 조금 더 빨리 되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기획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부천의 유명인들, 또는 교육적인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분들을 섭외해보고자 했지만 어려움이 따라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주연분에 대해 찍다 보니, 가족들, 배우자들 아들 손자 등 가족들의 출연을 놓고 동의가 필요한 일들이 생겼고 시간이 걸리는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결국은 완성해 우수상을 받게 되었네요.

구체적으로 제작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마음 깊게 다가오네요.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우리 수준에서 엄청난 것을 기획하진 못하고 제 생각에 앞서 말씀드린 영상들이 보급되면..., 혹시 집안에서 제사 지내시나요? 얼굴조차도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제사에 손주들이 참여해 절만 한다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런 영상들이 있으면 영상을 보면서 그분들에 대한 좋은 추억을 다 같이 나누는 게 오히려 조상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사라는 것이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것도 있지만 살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화목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가족에 대한 영상을 제작해보고 싶습니다. 나아가 전문적으로 하려면 분장, 시나리오, 등 많은 작업이 필요한데 앞으로 계속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후세에게 주는 메시지, ‘인간극장’ 같은 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이쯤에서 선생님의 취미활동이나 여가 생활이 궁금해지기도 한데요, 어떻게 보내시나요?

퇴직하기 전에 시간표를 짜봤어요. 월요일엔 이렇게, 화요일은 또 이렇게. 시간표를 짜서 시작해보고 그중에서 하나씩 걸러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고는 싶지만 해보면 막상 아닌 것 같다든지. 되도록 크게 공들이지 않고 가성비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퇴직 후 초반에는 어떤 것들을 경험해보셨나요?

한문 자격증을 도전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하하). 학교 다닐 때 한문을 잘해서 조금 더 해볼까 했는데 막상 요즘은 한문을 크게 활용할 때도 없어요. 지금 생활에서는 신문도 다 한글이고, 오히려 영어가 일상이죠. 그래서 한문은 패스하고, 아침에 일어나 왕초보 영어 한 시간씩 공부하기, 영상 편집하기, 일주일에 두세 권 책 읽기, 한국무용은 지금 못하고 있는데 원래는 일주일에 두세 번 갔었습니다. 찾아보며 하다 보니 시간과 경제적 여건과 육체적인 조건 등 여러 가지 조합이 되어야겠더라고요!

조금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지만, 본인의 열정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해주신다면요?

글쎄요~ 열정을 한마디로 카르페디엠? (현재를 즐겨라) 아니면 메멘토 모리?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나중에 내가 죽을 때 나 참 재밌게 살았어. 열심히 살았어, 하는? 제가 저 자신에게 주는 인사말이 참 좋으면 좋겠습니다.

제게도 정말 멋있는 인생 좌우명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질문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영상 콘텐츠 산업이 더 무궁무진하게 발전되겠죠? 영상에 관심이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요즘 유튜브의 장단점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가려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저 중독처럼 재미에만 치중해 본인의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장단점을 가릴 수 있는 안목을 키우면 참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은퇴를 하신 이후 선생님은 새로운 도전과 경험들로 자신만의 또 다른 삶의 루틴을 만들어 실천하시는 중입니다. ‘인생을 즐기자’는 삶의 목표와 함께 영상 제작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소소한 배움들부터 하나씩 실현해나가는 이순희 선생님의 삶과 일상이 그 어떤 열정보다 뜨겁고 멋져 보였습니다.

과연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흔들리지 않고 잘 걸어가고 있는지, 불현듯 삶에 대한 의문과 목적성이 이순희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가뿐히 해소된 느낌이었습니다. 연출기획과 편집 일을 시작하면서 피어난 열정이 소중히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온 건 아닐까, 모든 걸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인생이 단순하지 않겠지만, 복잡할 것도 없다는 명쾌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시간을 쪼개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의 방식을 추구하며 실천하는 도전 정신은 20대 젊은 청춘의 열정보다 더 뜨겁다는 걸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향한 이순희 선생님의 소신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 진정성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열정이 깊고 뜨거웠기 때문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이순희 선생님의 끈기와 소신, 강한 실천력과 도전정신에서 선생님의 열정을 볼 수 있었고, 인생에 대한 선생님의 진지한 열정을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60대,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열정의 나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순희 선생님이 활동하는 <부천 시니어 멘토스쿨_부시멘>은 2014년부터 활동중인 부천마을미디어 단체이며, 부천시 문화예술과 소규모예술단체 공연 촬영지원, 시니어 대상의 교육, 취업, 여러가지 정보를 알려주는 (부천마을미디어사업) '부천시니어넷'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