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결혼식 안 갈 거야” 하시던 아빠가 결혼식을 올리는 가을이 다가오자 어느 날 갑자기 “나도 여권 만들러 가야 되지 않아?” 하셨을 때 정말 기뻤어요. 그래서 엄마 아빠를 모시고 여권을 만들러 갔는데, 그날 아빠는 내내 말씀이 없으셨어요.
결혼식 준비 때문에 한국에 가야 해서 친정집을 떠나는 날, 혼자 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려고 했었는데 아빠가 그날에 출근도 안 하시고 갑자기 나를 차로 배웅해 주셨어요.
근데 그 날도 역시 한 마디도 안 하시더라고요. 차를 내리면서 제가 “아빠, 갈게요. 결혼식 때 뵈어요” 했는데 대답도 없었어요.
드디어 결혼식 날,
아빠는 제 손을 잡고 같이 신부입장 해 주셨어요!
결혼식이 끝나고 부모님이 다시 일본에 가시는 날, 저는 엄마아빠의 호텔 방으로 갔어요. 체크아웃 하려 방을 나가기 직전 아빠가 갑자기 작은 가방에서 너구리 인형을 꺼내셔서 저에게 건네셨어요. 저는 깜짝 놀랬어요. 그것은 내가 일본에 놓고 온 애착 인형이었어요. “필요할 것 같아서…” 멋쩍게 웃으시면서 꺼내신 아빠 모습이 지금도 생생해요.
'아빠는 오로지 내 생각만, 내 걱정만 하시는구나' 그 때만큼 느낀 적이 없었어요.
한 번은 헤어지려고 했던 나의 너구리인형. 아빠 때문에 절대로 못 헤어지게 되고 말았어요. 평생 나의 보물로 간직할께요.
아빠,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