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5개에 1000원 하던 붕어빵 포장마차가 있었다. 하나만 사면 300원.
쌀쌀한 겨울이었고, 주머니에는 한 푼도 없었다.
어느 때와 같이 초등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그날따라 유독 붕어빵이 먹고 싶었지만
돈이 없는 내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냥 참았다.
나는 300원이 없었을 뿐이고 단지 그뿐이었는데
왜 터벅거리며 집에 가는 내 모습은 마치
가치가 300원도 안 되는 사람처럼 비참했을까.
크리스마스에 모아둔 돈으로 비싼 케이크 대신 붕어빵을 한가득 샀다.
3000원 정도였나 보다. 많아봤자 5000원.
많은 붕어빵으로 접시에 탑을 쌓았다.
그날의 채우지 못한 슬픔을 쌓았다.
하지만 너무 많아서인지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참는다는 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한 번만 참으면 된다. 나중에 채워봤자 소용없는 걸 이미 많이 알았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이제 교통비를 아낀다는 명목으로 먼 거리를 걸어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제 메뉴판에서 가장 값싼 메뉴를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다달이 나가는 공과금 우편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나 나는 내가 원하는 어른이 되었는데
아직도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채워줄 때 겁이 난다.
괜히 낭비인 듯싶어. 어쩌면 채울 수 없는 컵에 계속 물을 붓고 있는 듯싶어.
그 시절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참고, 먹고 싶은 것을 참고, 사고 싶은 것을 참는다.
이걸로도 충분하다고. 뭐가 충분한 것인지 모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