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봄 어딘가에 걸쳐있는 새벽 코끝으로 바람이 훑어지난다. 먼지도 얼어붙게 만드는 시림이다. 어둑한 남푸른빛 하늘은 '시작'이란 단어를 꺼내기 민망할 정도로 아직 잠들어 있다.
고요하다. 생기없이 얼룩진 누런 회색빛 기숙사 건물 앞 목련나무가 심겨져 있다. 기숙사 이리저리 잔뜩 심겨진 사철나무와는 대비되게 앙상한 가지 뿐이다. 사실 자세히 보면 딱정이가 단단히 앉아있다. 지난 겨울 남은 잎들을 다 훑어낸 후론 쭉 덤덤했는데 바람이 뭉특해지자 제법 생채기들이 움텄다.
불룩하게 솟아오른 눈은 겨우내 정면으로 바람을 맞고 자라왔다. 표면을 따라 자란 솜털들 사이로 바람이 지나간다. 삐죽삐죽 가친 솜털들은 물기없는 겨울 바람을 닮았다. 한동안 목련의 눈은 어딘가 결여된 듯 시간의 냄새와 빛깔을 먹어 치울 것이다. 혼란스러운 색이다. 그러다 삼월 말쯤되면 눈물나는 하양이 핀다. 그 속엔 겨울과 봄이 담겨있다. 계절 사이 지나간 빛깔들이 한데 얽혀 봄내음에 어지럽게 후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