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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쩝소리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작성자
관*자
등록일
2022.11.21
조회수
1,767

짭짭짭쩝쩝쩝쩝쩝쩝.

아홉글자를 썼을 뿐인데 가슴이 턱 막힌다. 조여드는 마음에 덩달아 미간도 좁아진다. 첫 기억은 구몬 선생님이다. 당시 유행하던 방문학습의 여파는 우리 집까지 와 닿았고 덕분에 일주일에 두번씩 구몬 선생님을 만났다. 알록달록 때가 탄 플라스틱 좌식 책상을 두고 마주보며 앉으면 선생님은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그려준다. 그러다 수업이 절반정도 지났을 즈음 엄마가 들어오시는거다. 과일 접시와 믹스커피가 담긴 예쁜 찻잔을 살포시 내려놓으신다. 딸그락-착. 선생님은 조용히 포크로 사과를 집으신다. 콰삭-. 사과 섬유가 갑작스러운 압력에 눌려 이리저리 튀어나간다. 그러곤 입에 들어간다. 콰삭, 칵, 사각, 콱착, 찹, 차칵, 찹찹 선생님이 입을 다물고 씹어도 그 소리는 선명하다. 사과조각이 작아지면 콰삭 거리던 소리도 점차 쩝쩝에 가까워진다. 쩝쩝쩝쩝쩝, 그러곤 꿀꺽. 입안에는 남은게 없다. 그럼 다시 또 반복이다. 콰삭-찹-쩝쩝. 선생님은 나에게 풀어야 할 문제를 주시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과일을 씹어보지만 시계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방에서 부서지는 사과 소리가 들리지 않을 리 없다. 그럼 나는 계속 그렇게 학습지에 고개를 처박고 듣지 못한 척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싫어했던건 쩝쩝소리 그 자체보단 사과를 계속 먹으려는 선생님의 마음이었다. 선생님이라는 역할이 갖는 통제성과 사과를 향한 욕망은 분명히 서로 다른 성질을 띄고 있었다. 그런 어색한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짭짭소리는 헐벗은 존재를 목격하게 만들었고 어린 나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