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 바라는 대로 뜻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원하고 바라는 것이 없다면 실망할 일도 적을 것이다.
나이를 먹어감에 실망할 일도 그러한 감정에도 무뎌지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20대, 30대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바로 감정의 통제가 미흡한 부분이다. 조절되지 않는 감정에 삶이 버거웠다. 경험이 많지 않은 나이라 기쁨, 슬픔, 질투, 실망감 등에 대처할 줄 몰랐다.
어떤 감정은 한동안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사람은 무수히 많은 감정의 파도 속에서 항해하는 선장이다. 감정에는 반드시 흔적을 남기고 가는 것이 있다. 날카로운 바위와 같은 실망은 배가 지나가면 바닥을 긁는다. 위험한 경우에는 바닥에 구멍을 내어 심해로 가라앉게 한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느끼는 실망감은 그나마 회복탄력성이 낫다. 그에 비해 사람에 대한 실망은 더욱 깊고 아픈 상처를 남기곤 한다.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고 마음을 나누기 힘들어지는게 상처의 한 모습이다.
청춘은 그 자체가 사람에게의 기대가 크다. 사람들과 어우러져 이뤄내는 일들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일테다. 부모에게 느낀 따뜻함을 타인에게서 찾는다. 부모와 같은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느끼는 그 순간에 첫 번째 실망감이었을 것이다. 사람에게 바라는 바가 많을수록 돌아오는 실망감은 고스란히 스스로가 감당해야 한다.
나이들에 감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실망의 순간이 줄어든 것이다. 사람들의 본질을 이해하기 시작해서이다. 사람마다 그들만의 배경, 상황, 감정이 있으며, 그 모든 것이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이해와 인정은 실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큰 힘이 된다.
실망이라는 감정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와 함께 우리는 인간의 복잡성을 이해하게 된다. 노련한 선장도 바위가 없는 곳만을 골라서 다닐 수만은 없다. 항해 중 마주치는 바위를 경험과 지혜를 통해 피해 가는 방법을 알게 된다.
40대의 실망은, 이해와 포용으로 승화된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경험이 실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었다. #생각잡스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