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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연하 찹쌀 떡 친구와 껌 딱지 친구
작성자
강*화
등록일
2024.05.30
조회수
680

따르릉~~

오늘 뭐하세요?’ 반가운 목소리다. 오늘도 내 친구들은 나를 찾는다.

내 나이 56!

내 친구의 나이는 29!

무려 나와는 27살 차이가 난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11년 전이다!

공고에 CA 수업을 위해 학교로 들어간 것부터 그 역사는 시작된다.

학교에 수업을 들어가는데 담당 교사가 교문에 도착 하면 전화하란다..

남자아이들이 거칠어서 선생님 혼자서 교실 찾아오기 나쁘실 거예요.. 제가 마중 나갈께요!’

뭔 소리지?..나는 알 수 없는 담당교사의 말을 따르며 그렇게 공고에 발을 내딛었다. 복도에서 무리를 지어서 서 있는 아이들.. 스쳐지나가는 순간에 내 콧 끝에 머무는 담배 냄새들.. ‘쟤 누구야?’ 자기들 끼리 수군거리는 소리들.. 낯설고 당황스런 순간 이였다.

그렇게 그 학교와 인연을 맺었다.

 

학습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남자아이들...

나는 아이들과 함께 꿈을 키우고 자신들의 속이야기를 털어놓으며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오래 된 학창시절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나의 바람은 전달이 되었는지 흐트러진 자세를 고치며 이야기에 집중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그 아이들과 나와의 만남은 시작 되었다.

 

아이들을 만나고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난 요즘아이들이라고 말하는 요즘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이 변한 게 아니라 요즘 세상이 변하고 요즘 어른들이 변해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자동차로 아이들과 이동하면서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공고생은 공부하기 싫어하고 노는 것 좋아하고 대책이 안서는 학생(?) 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이 아니였다. 아이들은 하나 둘씩 자신의 속내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세 번째 결혼을 했는데 새엄마가 데리고 온 동생만 남겨두고 두 분이 또 싸워서 아빠도 나가고 새엄마도 동생을 둔 채 집을 나가서 그 동생은 자신이 보아야 되기 때문에 CA를 빠지고 조퇴해야 한다는 아이도 있었고 돈이 없어서 알바를 해야 한다며 죄송하다고 뛰어나가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이 수업에 빠지는 사연은 참으로 다양했다. 난 윗세대가 아닌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마치 벗을 대하듯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나는 공감능력을 발휘 했다. 사춘기 아이들.. 어른들의 잘못으로 자칫 어긋날 수 있는 이 아이들에게 바른 길을 알려주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을 불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 벗이 되었다.

 

축제 날 이였다.

그 날도 어김없이 연극공연을 위해 일찌감치 학교 문을 들어서는 데, 키 작고 양갈래 머리를 한 눈이 동그란 여학생(?)이 아는 척을 하며 달려왔다. “선생님~~~ 우리 같이 구경 가요!” “오늘 축제라서 이 학교에 놀러 왔나 보구나.. 우리가 어디서 봤지?..” 난 제대로 기억도 안나는 그 여학생(?)을 떠올리기 위하여 허둥대며 말을 하고 있었다. “호호호 선생님 저예요! 정우연! 이 학교에 다니는.. 선생님한테 연극 배우는 아이요!” “네가 남자?” “~ 호호호 저 오늘 미스부공 되었어요! 어때요? 저 예뻐요?” “....예쁘긴 예쁘구나.. 내가 못 알아 볼 정도로 ㅎㅎ” “ 다리털도 다 밀었어요! 저 예쁘죠?” “! 목소리도 여자 같구나 호호” “선생님 일찍 오셨으니까 제가 오늘은 선생님께 저희 학교 구경 시켜 드릴께요!” 부끄럽지도 않은가보다.. 남자아이가 여장을 하고는 앞장서서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연이가 내 기억에 자리를 잡은 순간 이였다.

 

우리의 인연은 시작 되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우연이는 단원이 되겠다며 극단을 찾아왔다. 반갑기도 했지만 참 걱정이 앞섰다. 내 기억에 우연이는 화술도 안 좋고 연기하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연이는 꼭 단원이 되고 싶어 했으며, 극단에 나오기 시작했다. 연기도 못하고, 깔끔하지도 않고(이를 잘 안 닦고 다녀서 내가 칫솔을 사다주기도 하고 양치 검사를 하기 도 했다. 배우는 양치질을 잘해야지 상대 배우에 대한 예의라고 하면서.. 후일에 알게 되었지만 우연이는 잇몸이 약해서 양치질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이였다.) 나에겐 참 귀찮은 존재였다. 하지만 우연이는 긍정적이고 정말 잘 웃었다. 사람들을 좋아했으며, 무슨 일을 하던지 자신의 일처럼 솔선수범하는 아이였다. 열심히 일하고 모든 일에 참견하던 우연이는 사고도 수없이 치곤했다.. 그런 우연이가 수업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연극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나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들어주는 좋은 길잡이가 되고 싶단다..어휴~ 고등학교 밖에 안 나오고 화술도 엉망인데.. 난감했다. 그렇게 우연이는 내 곁에서 알짱(?) 거렸고, 제자라는 이유로 나는 꿈을 키우겠다는 그 아이를 밀어내지도 못한 채 곁에 둘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그래도 스승이라는 이유로 나는 우연이의 시간을 헛되이 쓰게 할 수 없어서 여러 가지 방향을 제시하곤 했다. 국비로 공부하는 방법, 돈 벌면서 연기 하는 방법, 온라인 교육방법, 학점은행제 등.. 우연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하여, 공장에서부터 알바(편의점, 주유소, 써빙, PC방 등)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우연이는 돈을 벌어야 했다. 군대는 작은 키 탓인지 어떤 이유에서 인지 면제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나마 다행 이였던 것 같다. 우연이 엄마가 갖고 있는 믿음(?)의 세계는 아들 생일날 미역국도 챙겨주면 안되었고, 생일상도 차려주면 안되었다. 군대역시 영창을 보낼망정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어쨌든 군대 가면 끊어질 인연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저 희망에 불과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우연이와 나와의 인연의 고리는 더욱 깊어져 갔다. 될 수도 없는 꿈 때문에 마음과 손을 놓지 못하는 우연이를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한숨도 나왔다. 나는 그런 우연이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면서 꿈도 키울 수 있는 대안학교로 취업을 시켜주었다. 바다 건너로 가서 주방장 겸 연극지도 강사로 2년간을 일하면서 지내던 어느 날, 우연이는 다시 극단으로 복귀(?) 했다. 그렇게 내 친구 우연이는 찹쌀떡처럼 내 곁에 딱 붙어서 다녔다. ! 그 아이의 별명은 이쑤시개다! 이쑤시개란 보잘 것 없는 소모품이지만 진짜 가장 섬세하게 불편한 부분을 해결해주는 용도로 쓰이는 물건이 아니던가!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우연이는 내 곁에서 많은 시간을 지내오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연이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람으로 내 곁에 자리를 잡았다. 때론 보호자처럼 때론 친구처럼..

 

우연이와 함께 내 곁에 머무는 또 하나의 내 친구 민주! 우연이 보다는 1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는가?.. 민주 역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번엔 껌딱지처럼...ㅠ 민주 역시 사연이 남다르다.. 학교가 끝나면 갈 곳이 없어서 방황하고 다닌다는 공고 아이들을 보면서 난 내가 있는 공간으로 놀러오라고 했고, 출강을 나가는 학교에서 아이들은 모여 들었다.

 

극단에서 연극을 통해 청소년들 인성교육과 진로를 잡아주는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타교에 다니는 여학생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거기 민주라는 키 큰 남자아이 다니죠? 어린 것이 스토커 같아요! 우리 딸을 따라 다니면서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매일 편지에 전화에 거기다가 집 앞에서 기다리고 괴롭혀서 제 딸아이가 힘들어 해요! 걔네 집 전화 번호 좀 가르쳐 주세요! 고소를 하던 가, 걔 엄마를 만나서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하느냐고 따져야겠어요!!’ 이건 또 뭔 개(?)소리! 마음을 가다듬고 그런 아이가 아닌데.. 어찌된 상황인지 알아보고 제가 잘 타 이를 테니까 흥분 가라앉히세요..이 후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씩씩거리던 여자아이의 엄마는 내가 아이들을 극단에서 가르치는 뜻은 잘 알고 있다면서 계속 청소년들을 지도하려면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말을 남기며 전화를 끊었다.

 

그 일 이후, 난 민주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고, 보통아이들과 다른 그 아이의 집착증을 보면서 수없이 타이르고 또 타일렀다. 급기야는 너 싫다는 아이 따라다니지 말고 차라리 샘을 좋아하는 건 어때?’ 결국 민주의 관심은 그 여자아이에서 나한테로 넘어왔다. 마치 해바라기처럼..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민주는 정말 민주한테 맞는 여자 친구를 만났다. 그 여자 친구 또한 우리 패밀리가 되었다. 우리는 같이 농담하고 함께 까르륵~’ 넘어가기도 하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한다.

 

<세대차이!> 그건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일까? 나는 생각한다. 세대차이란 어른이 되려고 할 때 생기는 것이라고! 그 귀찮던 아이들이 이젠 50대 후반이 된 내겐 꼭 필요한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가 되었다.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내 친구들!! 우리는 어디든지 함께 간다. 극단도, 교회도, 여행도, 운동도.. 심지어는 운동복과 운동화까지 우리는 친구처럼 커플처럼 옷을 맞춰 입는다. 물론 제자들이 사와서 그렇게 날 입힌 것이지만..^^;

 

이번 크리스마스 에는 3명의 아이들이 돈을 모아서 반지를 만들어 왔다. 변하지 않는 금처럼 우리의 인연을 기념하자며.. 우정반지인가?.. 나는 행복하다! 내 나이 56세지만,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하지 않는 29세 친구 들이 있어서..^^ 어른과 아이가 친구가 된다면, 벗이 될 수 있다면 아름다운 사회, 꿈이 있는 미래가 되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