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감정 : 아련하다, 그립다
큰 딸, 이 화분이 죽지 않게 잘 돌봐라. 말라 죽으면 그 때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해.
한 번쯤 혼자 살아보고 싶었다. 결혼하기 전에 단 1년 만이라도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 살면 독립심을 키울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단 한 번도 부모님과 따로 살아본 적 없었기에 독립을 꿈꿨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니 독립의 명분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패기 넘치는 큰 딸의 독립을 허락했다. 대신, 작은 화분 하나를 건네며 말씀하셨다. 이 화분이 곧 나라고. 스스로를 잘 돌보듯 이 식물을 죽이지 말라는 당부였다.
그 쯤이야 염려마시라고 말씀드렸다. 혼자 살아도 밥 잘 챙겨먹고, 회사일도 잘 해내겠다며 안심을 시켜드렸다. 그렇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자취생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화분이 말라 죽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분은 죽었다. 그리고 나의 독립도 끝을 맺었다. 무언가를 돌본다는 것은, 나부터 잘 들여다봐야한다는 사실도 배웠다. 삶이란, 직접 경험해야 배우는 게 더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 순간이 아련하게 추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