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언제든 나를 볶아 손에 쥔 마음 덩이
설야 속 펼쳐놓고 한 겹씩 도려내어
숯불 위 버터 넣어서 볶아 먹는 요 요리
2024. 6. 2.
짧은 글이면 짧은 글대로
긴 글이면 긴 글대로
꼬불꼬불 휘어지는 곡선은 곡선 그 그대로
쭉 곧은 직선은 직선 그대로
내 생각, 상념
손끝에서 이렇게 꼬물꼬물 틔우는 것이
그것이
나는
참
좋다
하루를 늘 시(詩)처럼
살 순 없지만
사람들 모두가 난
맘속에 시 한 편 품고 있다
생각한다
아니, 실은
사람들 모두가 각자
한 편의 시라고 생각한다
마음 덩어리를
품고
종이라는 눈 내린 풍경 속에
따끈따끈한 그것을 내려놓고
슬라이스로 한 장 한 장 베어내어
숯불 위에 치이익 올리면
그리고 버터도 같이 녹여주면
치이익
소리도 소리이지만
냄새가 너무 맡기 좋다
오늘도 시 한 편 한 편이
내 옆으로 온다
그 속뜻을 살피고
그가 자아내는 리듬에 안겨
근사한 시집 속에
잠기고 싶다
맛있게
오늘도
먹는다
시
맛난 그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