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주영이가 내 생일 편지에, '하루에 행복한 일 하나씩은 꼭 생긴대'라는 말을 써준 적이 있었다.
그 말이 인상 깊었던 나는 편지를 읽은 후 매일매일 오늘의 기쁜 일, 좋았던 일은 뭐가 있었지? 되새겨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하지만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생활을 보내기 시작한 후로 더 이상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게 되었다.
주말 사진전을 구경하러 갔다 편집숍에서 우연히 1day 1 happy 글씨가 적힌 작은 노트를 발견했다.
하루에 행복한 일이 한가지는 꼭 생긴다는 주영이의 말이 떠올랐다. 그저 표지 디자인만 예쁘게 만든 것인 줄 알았는데,
사용 설명서를 읽어보니 주영이가 한 말과 같은 의미로 제작된 것이었다.
옆에 있던 남자친구에게 같이 써보자고 제안을 했는데, 좋은 일은 주말에만 생기고 평일에는 없다며 초를 쳤다.
듣고 보니 그런가 싶어서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몇 년 전 주영이가 내게 전해준 말을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결심하고 노트를 구매했다.
노트 속지는 총 30장이었다. 매일 한 장씩 쓰게 되면 한 달이면 끝나는 노트였다.
핸드폰 사이즈보다 더 작고 얇은 이 노트는 내게 뭔가 부적 같은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용한 점쟁이가 써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하루의 행복을 써가는 그런 부적 말이다.
앞으로 나에게 어떤 기쁜 일, 의미 있는 일이 있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볼 시간을 언제든지 선물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노트를 구입한 것만으로도 오늘 행복한 일이 하나 생긴 것이다.
타인이 대신 써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써 내려갈 기쁨과 행복의 부적이 과연 어떤 내용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