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다. 시간만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유 시간이 있어서 휴식할 수 있다면 정말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만 해도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나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원하던 만큼의 무한한 자유는 아니었다. 해야할 일이 있었지만, 이전에 비하면 정말 너무나도 큰 여유 시간들이 주어졌다.
그러자 내가 가장 먼저 느꼈던 감정은 당혹스러움이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어졌던 일들을 제한 시간안에 처리해 내며 시간을 잘게 쪼개서 쓰던 나였다. 그러다 이제는 내가 스스로 찾아서 하지 않는 이상, 의무로 주어진 일들이 없었다. 덩그러니 내 앞에 놓인 커다란 시간 덩어리가 너무 낯설었다. 그렇게 원하던 자유였는데 무언가를 하지 않게 되자 불안감마저 들었다. 그저 이 시간을 즐기고 행복에 겨워하지 않았던 것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는 걸 알지만, 머리와는 달리 마음은 답답했다.
힘들었지만, 싫었지만, 항상 내가 만들어내는 성과를 확인하고 ‘나 잘했어’라는 칭찬을 나도 모르게 되새기고 있던 나였다. 그랬기에 이 자유 속에서 당장의 성과가 없자 나는 불안하고 초조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무용한 것들을 해도 되는 지금이 내가 원하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자유? 성과? 택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절한 자유와 그 속에서 만들어내는 성과이겠지. 그 균형을 찾는 것이 나에게 다시 주어진 과제이다.
지금 나는 시간과 자유를 나에게 맞게 재단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 시간들이 끝나면 의무로 주어지는 일들 때문에 이 재단법이 쓸모없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유와 성과,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유를 다루는 법도 필요하다. 이 재단법으로 인해, 나중에 다시 쫓기는 순간들이 닥치더라도 그 속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