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정적이고 행복한 날이었다. 몸은 피곤했고 내내 혼자있었지만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온전히 혼자여서 더욱 견고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소음이 가득한 캠퍼스 안에서 나는 조용하게 머물렀다.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는 가운데 내가 서 있는 곳만 온전히 말라있는 느낌을 받았다. ‘혼자’는 ‘외로움’의 유의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만큼은 ‘안정감’의 유의어로 느껴졌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자투리 시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을 가는 언덕길이 날 위해 몸을 낮추는지 올라가는 길이 수월했다. 그 곳은 책장을 넘기는 소리 외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발걸음을 조심했고 나도 그 침묵에 참여했다.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홀로 충만한 안정감을 얻고 나왔다. 비록 두시간이나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집을 향해 달려가야했지만 나는 콧노래가 나왔다. 이미 충분하게 안정된 에너지를 얻은 하루였으니까.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된 하루였으니까. 참 평화로운 오늘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