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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초코과자
작성자
박*영
등록일
2024.07.03
조회수
1,036

사람은 상상을 할 때 긍정과 행운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 미리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초치는 소리를 할 때 ‘퉤퉤퉤’하라는 소리도 같은 맥락이다.
아직 머릿속에서만 벌어진 일에 대해서 미리 안좋은 소리말고 최대한 좋게 생각하는 것이 스트레스 받지 않는 일이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생각처럼 일은 항상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마치 계속 이기기만 하는 게임은 재미없는 것처럼 말이다.
얼마전 일이었다.
아직 철이 안든 사람같다고 떠들 수도 있지만 난 참 소소한 행복을 좋아한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소한 행복.
동네 마트를 갔다가 어릴적 많이 하던 ‘얼초’를 발견하곤 고민없이 계산대까지 가져왔다. 집에 와서는 콧노래를 부르며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예쁘게 만들어서 달콤한 초코과자를 행복하게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냉장고가 고장나지 않는 이상은 그 예상이 절대 틀어지지 않을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녹인 초코를 틀에 예쁘게 붓고 작은 과자막대를 꽂는데 그 자그마한 것이 고정되지 않고 자꾸 기우는 것이다. 마치 손잡이가 부러진 우산처럼.. 소소한 행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던 나의 기분은 과자막대가 기울어질때 함께 기울어졌다. 결국 난 손잡이가 꺾인 우산모양의 초코과자를 먹게 되었다.
말해놓고 보니 정말 하찮아 보이지만
그날 가장 슬픈 순간이었다.
절대 틀리지 않을 것 같던 예상이 틀린 순간.
우리는 이것에 대비해야한다. 불운을 예상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뜻하지 않은 불운에 대처할 수 있는 튼튼한 마음을 가꿔야한다는 소리다. 고작 기울어진 초코과자 때문에 나처럼 하루의 기분을 망칠 순 없으니. 난 아직도 노력중이다. 기울어진 초코과자를 보고도 웃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