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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의 인라인
작성자
박*영
등록일
2024.07.03
조회수
1,371

목에 두른 스카프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지던 초봄의 하굣길.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길을 천천히 걷던 중 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각각 자신의 발에 꼭맞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가는 엄마와 아들.
남자아이의 등에는 거북이 등딱지만한 책가방이, 손에는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실내화 주머니가 들려있었다. 아이의 인라인 바퀴는 아스팔트 위를 동글동글하지만 잽싸게 굴러가는 중이었다. 
아이는 느리게 오는 엄마를 재촉하듯이 앞으로 가면서도 눈과 신경은 뒤에 있는 것 같았다.
모두가 지친 얼굴로 집에 돌아가는 평범한 퇴근길에서 벌어진 그 장면은 꽤나 낯선 모습이었다.
아이를 뒤따라가는 엄마의 표정은 넘어지지 않으려 눈썹에 힘을 준 것처럼 보였다. 혹여나 행인들의 길을 방해할까 인도가 아닌 차도의 끝쪽에서 아이와 엄마는 나아가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아이의 일방적인 집요함으로 인라인 위에 오른 엄마의 모습은 아닌 것 같았다.
엄마가 아이 앞에서 서툴게 인라인을 타는 모습은 마치 엄마와 아들이 아닌 친구 사이로 보였다. 아이는 행여나 엄마가 넘어질까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엄마는 한발 한발 신중하게 나아갔다.
항상 반대였을 그 모습이 왜인지 울컥하는 마음이었다.
그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도 처음이라는 것이 있는지 알고 있을까.
모든 걸 다 알 것 같고 다 잘할 것 같던 엄마의 서툰 모습이 아이의 눈동자에 어떻게 비추어졌을까.
확실한 건 눈동자 안에 엄마가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함께 해준다는 행복감만 있어 보이지 않았다. 엄마에 대한 우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건 작은 마음에서 아주 크게 피어난 사랑이었다.
나보다 작은 존재에게 서투름을 보인다는 것.
나보다 작은 존재에게 사랑받는다는 것.
참 큰 용기를 낸 것이다.
나는 그 엄마에게 불안정한 인라인 바퀴 위에 오를 수 있었던 용기를 칭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