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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작성자
이*진
등록일
2024.07.03
조회수
1,239

 

  물방울

  세 글자

  쓰는 시간

 

  “선생님, 훈석(가명)이 울어요.”

  “, ?”

 

  “글씨 쓰다 울어요.”

 

  가서 보니 지워야 할 글씨들

 

  “훈석아, 울지 마.”

  눈물을 닦아내는 훈석, 서럽고 슬픈 표정.

 

  “훈석아, 글씨 잘못 써서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훈석

 

  “훈석아, 울 일 아니야. 지우개 있지?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면 돼.”

 

  훈석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 지우개로 글을 지웁니다.

  그리고 다시 차근차근 한 획, 한 획 써 내려갑니다.

  글씨를 잘못 쓴 적 있긴 하냐는 듯, 운 적 있긴 하냐는 듯.

 

  “울 일 아니야.”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면 돼.”

 

  분명 훈석이에게 한 내 말들, 왜 내 귀에도 콕, 콕 박히는지.

 

  글씨 익히기, 삶 이어가기. 있었습니다, 같은 부분…….

 

  오늘, 지금.

  내 걸음…….

  길 아닌 곳에 머문다면 슥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걸음을 찍어나가면 되는.

 

  지우지도 못할 만큼 깊어지기 전에, 지우개 다 쓰기 전에…….

 

  이 길…….

  내 걸음이 놓일 길, 아니라는 것. 그것부터 깨달으면 되는.

 

  울지 말고, 눈물 거두고.

 

  걸음이…….

  길이 아닌 곳에 찍혔거나,

 

  길 위에서라도

  삐져나왔거나 한다면.

 

  지우개로 슥 지우고 다시 써나가기, 걸음.

 

  물방울 세 글자로 시작한 이야기, 이렇게 내 귀에 내 맘에…….

  물방울 맺어 끝난 이야기, 되었어요.

 

  한동안 품어갈…….

  “울 일 아니야.”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면 돼.”

 

  한동안 이슬로 내 안에 맺힐 말들

 

  오늘 내 귀, 내 맘에 맺힌 물방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