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등단을 한 것도 아니고 허구한날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독서와 쓰기는 나의 생활이다. 특히 시 읽는 것을 좋아한다. 솔로일 때 좋아하는 시들을 암송해 친구에게 연인에게 상황에 적절한 시를 낭송해 주면 모두들 좋아했다. 주로 김남조. 조병화의 시를 암송했다. 지금은 모두 작고하셨지만 당시에는 문단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셨다. 아직 시다운 시는 써보지 못했지만 시집도 자주 사서 읽는다. 특히 서울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보이는 시는 꼭 읽는다. 마저 읽기 전 열차가 도착하면 사진을 찍어서 안에서 읽곤 한다.
4년 전 우연찮게 시낭송에 입문했다. 지인의 시낭송하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아 소개를 받아 수업을 시작했다. 나의 시 낭독을 처음 접한 강사님은 운율, 발음, 목소리 모두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다 곧이 듣지는 않았지만... 발음의 경우 내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매일 동화책 한 권을 또렷또렷하게 읽어준 것이 쌓이고 쌓인 결과이지 싶다. 시낭송 수업을 하다보니 미처 알지 못했던 시인도 많았고 처음 접해보는 시인 데도 가슴에 쏙쏙 와닿은 작품들도 많았다. 그리고 작가와 시와의 상관관계와 관련해서도 강사님의 설명을 듣다보면 시에 대한 이해와 깊이가 달라졌다.
2년차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전국대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운이 좋아서 장려상부터 금상까지 여러 차례 수상을 거듭했다. 대상을 수상하면 더 이상 전국대회에 나갈 수 없는 규칙이 있다. 최종 목표는 대상이다. 누구든지 대상을 목표로 도전을 하다보니 전국에서 쟁쟁한 실력자들이 무대에 서게 마련이다. 올 해 두번 째 대회에 나섰다. 평소 무대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별로 없는 편이다. 이번에도 역시 편안하게 했다.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했고 드디어 수상자를 발표하는 시간이다. 나름 작은 상이라도 기대를 했는데 탈락이다. 자신만만했던 터라 실망감이 더 컸다.
맥 빠진 채 집에왔다. 현장에 있던 지인이 녹화한 것을 보내줬다. 천천히 다시 들어보니 이런이런....처음부터 큰 실수를 했다. 대회에서 조사를 빼먹는 것부터 시작해 단어, 행을 건너 뛰는 건 가장 큰 감점이다. 나는 첫 연에서 그만 단어와 단어를 바꿔 놓곤 아무렇지도 않게 끝까지, 태연하게 낭송을 했다. 4년쯤 하다보니 쓸데 없는 자신감이 붙으면서 조금씩 긴장감도 떨어졌고 실수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운전도 외려 처음할 때 사고가 없다지! 해를 거듭할수록 실력은 실력대로 쌓으면서 긴장감과 신중함은 놓지 않아야겠다. 설사 시낭송 대회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