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날씨는 마치 물 속에 들어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너무나 습하고 어쩔 때는 숨 쉬기도 힘들다.
잠시만 밖에 있어도 온몸에 땀이 나는 건 기본이다.
그러나 "-여름이었다."라는 한 문장으로 여름은 우리에게 그 어느 날의 추억을 가져다준다.
맴맴-거리는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고 할짝이던 달콤한 아이스크림,
푸른 물결이 넘실대고 새하얀 포말이 이는 바다와 쨍한 햇빛에 반짝이며 손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들,
가냘픈 바람에도 흔들리는 초록빛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살랑이는 숨결을 느꼈던 어느 여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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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 사라져가는 기억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다.
기억을 들춰보면 잊어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어 그냥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틈새로 삐져나온 찬란한 순간의 조각 하나만으로도 금세 미화되곤 한다.
신은 우리에게 망각과 기억의 선물을 동시에 주었다.
어둡고 습한 것들은 덮어버리고
생각만해도 웃음이 나고 눈부신 것들만 추억할 수 있도록.
그래서 나는 망각할 수 있어서, 또 기억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