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톡, 톡. 두드리면…….
꾹, 꾹, 꾹. 눌러진다.
오늘도……. 톡, 문을 열어, 티 없는 설경을 맞이하니.
“내가 이 풍경에 티를 남겨도 될까?”
“내게 이 설경, 흙 발자국으로 더럽힐 자격, 과연 있을까?”
하지만 생각, 잠시뿐. 소동 뒤 닿아올 소통이 아른거려 금세 그것을 더럽히기로 결심한다.
처음엔 톡, 톡, 톡. 그러다 타다닥, 타다닥!
이젠 나도 날 말릴 수 없다.
이 두드림, 이 악기 연주 외에 그 무엇도 날 방해할 수 없다.
심지어 이 행위 외의 다른 어떤 내 행동도, 허용될 수 없다.
한참 타다닥! 계속되다 잠시 쉼표, 처음으로 돌아갔다. 톡, 톡, 톡으로.
그리고, 이제 ‘마주해도 괜찮을까?’ 하며 다시 둔 설경, 그건 설경이 아니었다.
티가 많아졌다.
요새 유명한 T, 그 T도 있었고……. 그 외의 티도…….
말하고 싶은 티, 내색하고 싶은 티.
표현하고 싶은 티. 이 티가 제일 심했다.
마음 바닥까지 박박 긁어 나온 부스러기까지도 새기고 싶은 티.
그건 티를 넘어섰다. 그건 자국이었다.
또……. 행복하고 싶은 티, 사랑받고 싶은 티. 티가 많았다.
티가 났다. 너무나도 티가 많이 났다.
티 많아진, 그렇게 더럽혀진 앞의 설경 전체를 난 다 뜬다.
바닥까지 긁어, 굳은 결심으로.
난 이걸 모르는 이에게, 어떤 설경이라도, 아니, 어쩌면 더럽혀지면 더럽혀질수록 두 팔 벌려 맞이할 누군가에게 보낸다.
더 티를 내길 바라시는, 그 어느 분께.
모든 걸 시간에 맡긴다.
그리고……. 답이 온다.
‘네가 더럽힌 설경, 그걸 다른 설경과 박제시킬게. 그리고 박제된 그 설경을 네게 보내줄게.’
내가 좋아하는 행위. 모든 걸 잊고 행복을 넘어서 무아지경으로 나만의 설경을 마구마구 더럽히는 행위.
그걸 충분히 하게 하고, 또한……. 그 행위를 하는 그 시간.
그 충만한 기쁨을 그대로 박제까지 시켜준다.
“다 티 나, 네 속사람, 그 목소리.” 하며.
너의 티, 다 받아주겠다는 듯.
“가끔 네가 네 목소리 잊을 때조차도 난 네 목소리 듣고 있어.”라고 속삭인다.
톡, 톡, 톡, 두드리니, 이렇게 꾹, 꾹, 꾹, 눌러온다.
“목소리 더 높여.” 하며, 귀를 쫑긋 세우는 목소리가 내 귀를 꾹, 꾹, 꾹.
두드리니. 톡, 톡, 톡.
내 가장 즐거운 소통 방식은 톡, 톡, 톡으로 꾹, 꾹, 꾹! 소동곡으로 소통곡!
그래서 하루도 뺄 수 없는 나만의 음악. 톡, 톡, 톡!
또 꾹, 꾹, 꾹을 기대하며 창문을 열어 설경을 앞에 둔다.
깜빡, 깜빡! 지휘자의 지휘로 내 손. 걷는다, 경보를 한다, 뛴다.
그렇게 다시 A4용지가 까만 글자로 채워진다.
설경에 티가 생기더니, 채워지더니. 온통 티뿐.
행복……. 아니, 행복을 넘는다. 산다. 숨 쉰다.
오늘도 오랫동안 창문을 열어 설경 앞에 서 있겠지, 난.
그래, 그럴 것이다. 그래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