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누구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거울은 내가 늘 지갑 속에 간직하고 다니는 소중한 보물이다. 남자가 소심하게 거울을 갖고 다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언제나 덜렁대고 털털해서 남 앞에 실수도 많이 하기에 거울만 있으면 내면의 심리상태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화가 나거나 급한 일이 생길 때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을 바로잡는다.
오늘도 어떤 녀석이 나를 천사로 혹은 악마로 만들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선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넥타이가 올바른가, 와이셔츠에 혹시 지저분한 것은 묻지 않았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거울 앞에 다가선다. 탱탱했던 피부, 보름달같이 환한 둥근 얼굴, 검고 맑은 눈동자는 어느새 눈가에 잔주름이 하나둘 생기고 온갖 세파에 시달려 맑은 눈동자가 동태눈같이 힘이 없어진 것을 볼 때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된다.
거울은 마음속 깊은 곳의 심리상태까지 알려주는 고마운 존재다. 물밀듯이 일어나는 미움, 다툼, 시기, 질투, 분노 같은 감정들이 있을 때 거울을 보면 마치 추한 괴물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르쳐줄 때 거울 속에 비춰 진 맑고 환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마저 든다. 가끔 화가 날 때는 거울 앞에서 자문하며 화난 마음을 추스린다. 앞으로 자주 거울을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