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늘 같은 목적지
마음, 놓고 오고 싶을 때 찾는 곳. 넘치는 마음 어디에라도 놓고 오려 나선 여행, 늘 같다. 목적지. 그리고 마음 놓고 오려 가지만 꼭 마음 하나 더 붙여서 돌아온다, 그 여행지만 갔다 오면.
2. 생각은 나이니
고모부가 만들어 놓으신 간이 쉼터 있는 곳. 향해 간다. 차창 밖으로 내 시절, 시절이 지나간다. 이곳, 지나간 곳인데. 아, 저곳. 그 애 만났었지? 저 벤치에 앉아 얘기하면서 많이 웃었는데.
생각들. 넘치다 터져 버릴 듯한 생각 좀 놓고 오자 나선 길에서도 이러니. 분명 난 차 안인데 정작 나, 없었다. 이렇게 나를 여기저기 떨구고 있으니. 잘된 일이겠지? 생각을 떨쳐내려 나온 길이니. 생각은, 나이니.
그렇다면 정작 이 차에 탄 난 누굴까. 난 밖 여기저기서 노니는데. 넓게 날 발산하려 떠나는 여행인데 또 이 좁은 곳에서 나로의 수렴이 펼쳐지고 있다. 여행 떠나기 전처럼, 늘 그렇듯.
결국, 생각은 쉬는 법이 없는 법.
3. 도착
내 여행 단골 목적지 도착! 아! 친척 동생들이 와 있다, 반갑네.
“왔어?”
“차 안 밀렸어?”
반기는 소리들 사이에서 옆을 봤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컸어? 와!”
친척 동생에게 웃으며 말하다, 문득 생각한다. 그만큼 난 늙어가는 거겠지? 어렸을 적 어른들이 날 향해 하신 말씀, 내가 하고 있다. 이제야 그때의 어른들 맘, 그대로 전해온다. 나이 드시기, 싫으셨겠다. 조카들이 자란다는 건 자신들이 늙어간다는 것. 매번 느끼셨겠구나.
내가 제일 좋아하고 편안해 하는 곳. 오는 과정, 속사람은 시끄러웠지만 그래도 제일 고요히 있을 수 있는 곳, 이곳이라. 물론, 오면서 길 위 저 어딘가쯤에 두고 온 내가 많아, 얼마 안 남은 나일지라도 난 이곳에선 만족했다. 실망을 안고 돌아간 적, 없으니.
4. 주소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이곳으로 자주 오며 알게 되었다. 여행.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 자주 와도 이렇게 새로울 수 있다니.
“고구마 캘까?”
“네!”
시간의 고삐, 힘 다해 붙들고 싶은 곳. 지체할 수 없었다. 얼른 도구들 챙겨 고모부 뒤를 따르는데 신기하다. 집에서는.
"나가서 운동할까?”
웃기만……. 그런 나였는데. 몸을 움직이는 걸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었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이 나를 알아가게 될까?
평소엔 집 앞의 나무들도 스쳐오기 일쑤였는데 거기에선 초록빛을 가진 생명체를 경이로움을 가지고 바라보며 그 옆 딱 붙어 머문다. 그 시간, 아깝지 않다.
같은 식물인데 이렇게 다르게 느끼다니. 나, 이곳, 참 좋아한다.
원두막. 이것도 고모부 솜씨. 점심 먹고 나른해질 때 원두막에 올라가 눕는다. 즐거운 곳에서 초대했다. 응했다. 왔다.
잠이 온다. 친척 동생들도 베개를 놓고 눕는다. 그리고 대화. 다르다.
“요새 뭐해?”
대신…….
“저녁에 또 숯불에 고기 구워 먹는 건가?”
이런 말들.
이곳 오기 전 소유격 아닌 주격의 나로, 천연, 본연의 나로. 그런 나들로 모인 것. 내 앞의, 우리 앞의 설명의 말 붙을 거 하나 없이. 나, 나, 나로.
5. 내 영원한 단골 여행지. 이곳
여행은…….
자기 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별을 올려다보는 것
휴대폰에서 석방돼 나를 풀어놓을 수 있는 것
하늘나라에 계신 고모부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