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들어오는 열차는…….”
오래전 한 친구와의 녹음 봉사.
녹음 봉사를 가던 지하철 안, 생생하다.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저번엔 계속 지웠는데.’
“오늘 잘 녹음되어야 할 텐데. 그렇지?”
친구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이번 역은 암사, 암사…….”
토요일마다 점자도서관에서 녹음 봉사를 했던 우리.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날 감싼 감정은 그리움. 청소년기에서 벗어나 설 땅을 바꾸는 지각변동이 있는 시기였기에 당연했을까.
학교, 친구. 사라진 허전함, 대학생이 되어도 떨칠 순 없었다.
제일 그리웠던 친구. 자리 앞뒤로 우유 당번도, 속 얘기도 함께하던.
늘 안온한, 학교에서의 날. 계속되리라 여겼었기에, 안일한 생각에, 또 시간에 놓친 친구. 연락처 없이 속만 타 그리움, 극에 달할 때, 온 전화.
“보고 싶어!”
그리웠던 목소리. 친구에게 그리움, 토하고 어느 정도 해소돼 끊을 즈음, 문득 하나를 제안하고 싶어졌다.
그 친구와 함께하고파 다른 이에게 꺼내지 않았던 일. 점자도서관, 녹음 봉사. 연락이 닿을지, 안 닿을지도 모르면서 품었던 소망.
혜택을 위해서 아닌 끌림에 의해 하고팠던 봉사. 처음부터 이 친구와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친구의 연락을 받은 것.
“하자!”
그렇게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우유 당번, 속 얘기. 함께했던 것으로부터, 시선을 바깥으로, 연고 없는 분들을 위해 시간을 내는 일을 또 함께.
암사역 어딘가 아직 있을까, 우리 그때.
친구와 가면 잠시 다시 살아 돌아볼까, 그때 우리.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