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의 비밀
“이번 공모전에는 출품할 거야?”
준은 잠자코 있기만 할 뿐 말을 않다가 자신 앞에 중첩되는 시선들에 무게를 느껴 이내 입을 뗀다.
“그림작가를 아직…….”
“훈이 어때? 둘이, 분야는 다르지만 늘 거론되는 거, 알지? 실력자들끼리 해 봐.”
오래전부터 훈에게 묘한 질투를 느껴온 준, 선뜻 대답을 못하는데 그때 "저기.” 하며 옆에 온 누군가, 바로 훈, “나랑 같이 할래? 나 글 작가 아직 못 찾았는데.” 한다.
준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인다.
며칠 후, 준과 훈은 USB를 교환한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발표일.
「한 치의 오차 없이 작곡된 곡을 연주하다 미묘히 변주를 준 그 부분이 탁월한 작품], ‘대상’ 옆에 있는 이 심사평 앞에서…….
훈은 ‘준이의 글 일부를 마음대로 바꿨는데.’ 하며.
준은 ‘네 그림 한 곳 덧칠했어, 티 날 정돈 아니었어.’ 하며, 미소 짓는다.
같은 환희를 둘은 나눴다. 서로가 알 리 없는, 어쩌면, 알 수밖에 없는, 비밀과 묘약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