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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정말 미안해요...
작성자
이*희
등록일
2024.09.12
조회수
378

 남편이 정년 퇴직 후 다시 새로운 직장을 갖게 되었다. 거리가 3킬로미터 남짓이라서 운동 삼아 탄다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그동안 남편과 내가 각각 차량을 운행했다. 직장 다니는 아들이 차량이 있었으면 하는 눈치여서 마침 남아도는 내 차를 주기로 했다. 나는 남편의 차량을 쓰게 되었다.  내 차보다 익숙지는 않지만 그래도 간간이 운전을 해서 낯설지는 않다. 그래도 내 차가 아니라서 늘 긴장되고 조심스러웠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내가  주 3-4회 정도를 운행하고 있다. 몇 달 운행을 하고 나니 조금 익숙해지면서 긴장이 풀어졌나 보다. 올 여름 거푸 몇 군데가 살짝살짝 긁혔다.  주로 주차할 때 문제가 생긴다. 운전경력이 20년이 넘지만 가끔씩 방심하면 꼭 일이 터진다. 어제도 주차하면서 열심히 뒤만 보다가 그만 조수석 앞쪽 미등 부분을 기둥에 심하게 긁히고 말았다.  더 이상 후진이 안 돼서 보니 일은 이미 터진 상황이다.  허옅게 할퀸 듯한 생채기는 검은색 차량이라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아뿔싸! 이를 어쩌나. 흰색 차량이었으면 표가 덜 났을 텐데 검은색이라 너무 적나라하다.  속이 아려왔다.  내 몸 어디 한 군데를 할퀸듯, 쓸려 나간듯, 칼에 베인듯 했다.  차라리 내 몸 어디에 생채기가 났으면 더 좋았겠다.  남편이 드러내놓고 하는 '차사랑'은 아니지만 나름 끔찍하게 차를 매만지고 아끼는데...  하루가 지났지만 미안해서 차마 말을 못하고 있다. 이번 주말이면 시골을 가야하는데,  본인이 알아차리기 전 말을 해야 하는데 용기가 안난다. 평소 이만저만 해서 어디가 조금 긁혔다고 이실직고를 하면 "사람 안 다쳤으면 됐다"고 말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생채기가 좀 커서 걱정이다. 

내일 쯤해서는 자백해야겠다. 그러면서 당당히 말해야겠다. "차는 원래 소모품이니 체력이 많이 소모된 것 같다.  이제 10년도 훨씬 지났으니 이쯤해서 차를 바꾸는 건 어떨까? 대신 차 값은 내가 지불 하겠다!"고

정년퇴직하면 선물로 자동차 바꿔 주려고 마음 먹고 부지런히 돈을 모아뒀다. 반응이 어떨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