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으로 향하는 길, 고속도로가 막힐 것 같아 국도로 진입했지만 교통 체증을 훨씬 더 겪게 되었다.
“저기 아주머니 봐. 정신없이 자고 있네. 우리 집은 참 별꼴이야.”
운전 베테랑인 아내가 운전했으니 독박을 쓴 느낌인가보다. 두 아들도“이젠 교대 좀 해주세요.”라며 아내를 응원하기에 마지못해 운전대를 잡았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국도로 달리니 길가에 늘어선 코스모스가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찬송가, 군가, 유행가를 비롯하여 수많은 노래를 불러보았지만 좀처럼 자동차는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고향에 도착했다. 어머니 산소에 가서 기도를 드리고 오는 길에 자연과 호흡하며 고향이 주는 선물을 만끽했다. 자연은 그대로지만 정겨운 명절 풍경이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귀향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섰다가 돌고 돌아서 가는 바람에 많은 시간을 지체했지만 지름길을 돌아 에움길로 돌아가면 어떤가. 가족들과 함께한 즐거운 시간들, 휴게소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들, 길거리에 핀 코스모스 한 송이 그 자체가 넉넉한 행복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