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소개로 떠난 글램핑, 텐트는 몽골 게르와 엇비슷했지만 없는 것 빼놓고는 다 있다. 세면도구와 침대는 물론 수세식 화장실까지 있어 큰불편함은 없다. 한 무더기의 장작더미는 글램핑의 멋을 더해주는 좋은 촉매다.
장작불에 준비해간 삼겹살을 굽는데 장모님께서 옛이야기를 구수하게 들려주신다. 외손자가 아토피로 고생을 했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글램핑에 옥의티는 산모기와 벌레다. 피부에 달라붙은 산모기는 겁도 없이 도망갈 생각을 안 한다. 고기를 굽느라 정신이 팔려있는 틈을 이 녀석들이 놓칠 리 없다. 밤새도록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계곡물 소리는 캠핑장을 삼켜버릴 기세다.
자그마한 텐트 속에서 장모님과 아내, 막내아들까지 자야 하기에 한 사람만 잠을 못 자도 잠을 잘 수 없는 구조다. 막내아들은 벌레들이 많다며 괜히 왔단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며 수십만 마리의 양을 세어보지만 허사다. 더 이상 잠을 청하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도둑고양이처럼 슬그머니 텐트를 빠져나오니 계곡 물소리와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에 취해 버린다. 보름달이 구름과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환한 보름달이 떠오르다가 다시 구름에 가려 흑암이다.
가족여행으로 떠난 글램핑, 자연과 교감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