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도시부천

감정글보기
  • 도시다감 감정사전
  • 감정글보기
작성자
조*표
등록일
2024.09.14
조회수
312

  술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하려면 한 편의 소설을 써도 부족할 것이다. 술과의 인연은 참으로 질기고 끈끈했다. 마음이 아파 울고 싶고 세상 모든 일을 잊고 싶을 때 술은 내 마음을 달래주는 고마운 친구이자 위로자였다. 대학시절 방황과 갈등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낼 때, 잠 못 이루는 가을 밤 혹은 아내와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온 시간 들 속에서 술은 빼놓을 수 없는 정든 친구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술 때문에 낭패를 본 것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심지어는 생명을 담보로 걸어야 할 만큼 큰 사건에서부터 멀쩡한 사람이 누명을 써서 하마터면 전과자가 될 수 있는 어이없는 일 도 있었다.

  퇴근 후 옷을 막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아내가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으니 빨리 받아보라는 것이다. 아내는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여보, 무슨 일이야.”하면서 무척 궁금해했다. 경찰서에 도착하니 강력반 수사계라는 글자가 눈앞에 크게 들어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형사 한 분이 작년 1211일 무슨 일을 했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라고 말하고 내 얼굴을 쳐다보는데 1211일 날이 궁금해진다. 평소에도 덜렁대고 꼼꼼하지 못한 성격인 내가 어떻게 두 달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할 수 있단 말인가? “잘못이라도 했단 말입니까?” “그날 ○○금은방에서 보석 도난 사건이 있었는데 사용하지 않는 뒷문에서 지문이 발견되었습니다.”라며 지문이 발견되었으니까 수사를 안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담당 형사는절도파일에 서류를 가지고 있다. ‘누명을 썼구나. 이 웬수 같은 술이 문제로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누명을 벗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곳 2층에 있는 식당에서 모임이 있어 갔다가 1층 화장실을 찾던 도중 잠깐 그 곳을 만진 기억이 난다. 시력도 안 좋은데 안경을 2층 식당에 놓고 1층 화장실을 찾았는데 건물이 워낙 어두웠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교감선생님이 새로 오셔서 1차에서 잘 먹지도 못하는 소주 몇 잔도 걸친 터라 화장실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형사한테 친목회장부도 보여주고 그때 2층에서 같이 식사를 했던 분이 알리바이를 증명해주겠다고 했다. “억울해서 미치겠습니다. 정말 범인으로 생각하십니까?”

지문이 있어 수사는 안 할 수는 없고 확인을 한 것뿐입니다.”라며 집에 돌아가도 좋다고 했다.

사건 이후로 금은방을 보고는 오줌도 싸지 말자고  다짐했다.

술 때문에 나의 좋은 이미지가 망가지고 소중한 건강마저 잃게 되었다. 오래된 정든 벗을 잃은 것 같아 좀 아쉽기도 하지만 삶의 중요한 순간에 치명타를 입혔던 술과는 이제는 영영 이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