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세상에서는 특이함에 대한 열망이 피어오른다. 누구보다 특별해지고 싶다는 욕구에서 시작하여 남들보다는 다름을 은연히 보여지고 싶은 마음이 겉에 묻어난다. 유행하는 음식도 단어도 장소도 굳이 찾아가지 않고 오히려 남들이 죄다 하니 싫증이 들었다.
나는 사회성이 없는가? 라는 생각에 빠져 끙끙 앓기도 했다. 사람과의 상호작용은 좋지만 삭막한 세상에서 맘이 맞는 이와 즐겁게 이루어지는 소통을 경험하기는 어려웠다. 스몰토크라는 이름으로 궁금하지도 않은 호구조사를 반복하며 이어지는 주제를 찾기 위해 어색한 탐험을 하기엔 피곤해졌다.
인간은 말을 하는 걸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본인의 상황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라고. 아마 무리생활을 해서 그런 성질이 남은 듯 하다. 사랑하는 이의 말은 듣고 싶고 계속 궁금해지는 이유도 비슷하겠지. 나와 동일시 될 정도로 애정하는 이여야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진실된 소통이 주는 재미를 알기에 묵묵히 사람에게 기대를 한다. 당장의 관계는 서먹해도 입맛이 잘 맞아 서로 공유하는 맛집이 있을수도 있고, 오래 본 친구지만 취미도 업무도 달라 묵묵히 음료만 삼켜댈 수도 있다. 모두가 그렇고 나도 그렇다. 그래도 인생이란 적막한 항해에서 잠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줄 다른 선장을 찾는 건 즐거운 일이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