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햇빛의 색깔과 결이 달라지면서 내 마음도 한 단계 업된 느낌이다. 지독했던 더위가 이제 물러가 한숨 돌리고 있는데 뜻하지 않은 비보를 접했다. 제부가 췌장암이란다. 몇 달 전부터 췌장 쪽에 뭔가가 보이는 듯 하다며 거푸 정밀 검진을 했다. 다행히 암은 아닌 것 같다면서 췌장을 제거 하기로 했다. 의료파업의 와중에 어렵사리 날짜를 잡아 7시간 넘게 복강경을 통해 췌장을 제거했다. 2주가 지나 엊그제 조직검사가 결과가 나왔다. 췌장암 1기라고 한다.
사람들은 보통 "암 1기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하지만 췌장 쪽은 다른 것 같다. 인터넷이 전부는 아니지만 급한 대로 찾아보니췌장암은 1기여도 5년 생존율이 매우 낮았다. 충격이었다. 우리 남편도 그러했지만 제부 역시 평생 회사 밖에 모르고 살았다. 그야말로 한 직장에서 뼈를 묻을 만큼 헌신해 왔다. 열심히 일한 결과 전무 자리까지 올랐다. 그만큼 오르기까지는 암이라는 대가가 있었나 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들은 가정보다 직장을, 일을 더 중시하고 목숨 바쳐 일한 경우가 허다하다.
벌써 13년 전에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가 생각난다. 잡스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혼자 생각했다. 미국에는 세계 최고의 의료진이 있고 잡스에게는 원하는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을 만큼 백그라운드도 있을 것이고 자본도 충분한데 결국은 병마 앞에 무릎을 꿇고 세상을 떠났구나 싶었다. 명의에, 명약에 백방으로 수를 썼을 것이 분명한데 결과는 죽음이었다. 제부에게 이런 병마가 올 줄이야....
조카들은 지금 대학생인데 얼마나 충격이 클까. 노모는 구순이 넘었고...물론 우리 엄마에게도 지금 비밀이다. 그러고 보니 노인이 되면 모르고 지내게 되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특히 안 좋은 소식은.
우리에게 내일도 무사하고, 내일도 건강하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오늘이 최고다. 오늘에 충실할 뿐이다. 제부가 癌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항암치료 잘 받아서 빨리 낫기를 바랄 뿐이다. '건강이 최고'라는 말에 더할 나위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