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자전거를 즐겨 탄다.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도 자주 타지만 반경 1-2km의 거리에서 볼 일이 있을 땐 자전거가 최고다. 상동 일대는 주차난이 몹시 심각하다. 건물에 주차를 하려해도 공간이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병원, 은행, 장보기 등 자전거는 내게 자동차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결혼하고 벌써 자전거를 4대 째 폐차했다. 타이어를 몇 번 교환하고 나면 자전거의 수명이 다하는 경우가 많다. 때론 수리비용 부담이 너무 크면 그때가 자전거를 교환할 때이기도 하다. 거의 매일 잠깐이라도 타는 편인데 보통 6-8년 정도가 사용 연한 인 것 같다. 지금 자전거는 3년 정도 돼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타이어만 한 번 교체 했다.
작년 봄, 앞 타이어를 보니 많이 닳아 있어 남편에게 교체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하니 아직 멀었단다. 자전거는 뒷쪽에 무게 중심이 많아 뒷바퀴가 중요하다며 더 타도 된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타기 시작한 자전거인지라 누구보다도 자신있게 타고 있다. 상동에서 산지가 오래됐기 때문에 주변의 신호체계를 익숙히 알고 있다. 그래서 조금 급하게 일을 보아야 할 때는 바뀔 신호를 예상해 열심히 달리는 때가 많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열심히 달리다가 갑자기 우회전을 하는데 '퍽' 소리가 심하게 나면서 나는 넘어지고 말았다. 결과는 골절이었다. 입원, 수술 후 깁스를 하고 석달을 지냈다. 그것도 오른 손.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속도를 내서 달린 내게 근본적인 원인은 있었지만 타이어 교체 시기를 미룬 남편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다.
팔을 다친 이후 남편이 생애 처음으로 설거지를 시작했다. 남편은 오리지널 겡상도 남자다. 겡상도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지극히 보수적이고 보수적이다. 오른 손 통깁스라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남편이 설거지를 해야할 처지가 되었지만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런데 그 설거지가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설거지는 내 담당이야" 하던 말이 빈말이 아니고 참 말이었다. 몇 달 전부터는 잠자리 이불을 개고 펴는 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결혼 30년 만에 있는 일이라서 나도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 가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철이든 걸까? 엊그제는 내가 없는 주말 사이 마늘도 몇 통 까 놓아서 깜짝 놀랐다. 주방 일이라고는 거리가 멀었던 남편이 조금씩조금씩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내친 김에 요리도 한 번 해 보시지! 모르긴 해도 어느날 내가 외출하고 돌아와보면 짠~하고 내 구미에 맞는 음식을 해놓고 기다릴 지도 모르겠다. 그 맛은 어떤 맛일까 지금부터 궁금하기도, 기대되기도 한다. 혼자만의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