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첫 차를 타야할 일이 있어서 폰에 알람을 맞췄다. 토요일 상행 첫 차는 5시 12분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식구들 밥도 해놓으려고 여유있게 3시 40분에 맟췄다. 혹시라도 첫 차 시간을 잊을까 봐 첫 차 시간인 5시 10분 알람도 맞췄다.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우연히 벽시계를 봤는데 5시 30분이다. 이게 뭔가 싶어 다시 확인하니 영락없다. 이를 어쩌나.....
하던 일을 모두 멈췄다. 미안하지만 단잠 자는 남편을 깨워 지하철 역까지 태워줄 것을 부탁했다. 운 좋게 급행열차를 탔다. 노량진에서도 급행이 있어 센트럴시티 터미널까지 첫 차 시간안에 도착했다. 6시 50분 부안행 버스를 탔다. 요즘 흔치 않은 45인승 버스인데 만석이었다. 예매를 안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절벽길을 걷는 듯한 몇 번의 곡예를 하는 아침!
이제 버스에 앉아 숨을 돌리고 남편에게 버스 잘 탔다고 연락을 했다. 맞춰 놨던 알람 시간을 그제서 확인해 보니 저장을 안 눌렀던 것이다. 그리고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난 것은 3시 40분이 아닌 첫 차 시간에 맞춰둔 것이었다. 어이없었다. 그나마 첫 차 시간 즈음에 맞춰 알람을 설정했기에 망정이었다.
부안석정문화원에서 11시에 대회가 시작됐다. 새벽의 그 당황스럽고 황당함은 가라앉고 대회를 위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새벽 시간의 아찔함은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대상 받을 목표로 참여한 건 아니지만 오늘 대회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다른 때보다 허탈함이 더 컸다. 진짜 중요한 일정일 때는 알람 저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신중함이 필요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