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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넉넉히
작성자
이*진
등록일
2024.09.30
조회수
592

고요히넉넉히

 

 

  체중계.

  이 철 위에 올랐다.

 

  ‘추석 동안 얼마나 먹었다고 이렇게 찌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고 먹은 걸 생각해야지?’

 

  이 두 마음.

  챙검처럼 부딪쳤다가 떨어졌다.

 

  그러다 체중계를 바라봤다.

 

  문득.

  참너는 네 무게도 아닌데 잘도 버텨내는구나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과연 내 무게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무게를 버텨내준 적 있긴 있었을까헤아렸다.

  요 근래있었나?

  이토록 곰곰이 생각해도 딱 떠오르는 게 없다면없었던 거겠지?

 

  철, steel.

  아직고요한, still.

  모양도 발음도 닮았다.

 

  여전히고요히여기에 난 붙이고 싶다넉넉히.

 

  철처럼 강하게넉넉히.

 

  나도 이처럼.

  그렇게 누군가의 무게를 버텨주는 순간을 넓혀가야겠다.

 

  “왜 이렇게 쪘어?”

  “그래도 감량했네!”

  이런 말만 잔뜩 들어왔을 체중계 위에 더 무거운 생각까지 얹는다.

 

  날 원망 마라체중계야.

 

  넌 넉넉히.

  여전히고요히.

  강철.

 

  너처럼 살고 싶어깊게 하는 잠시의 다짐.

  이 무언의 무게까지도 넌 버텨 내주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