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넉넉히
체중계.
이 철 위에 올랐다.
‘추석 동안 얼마나 먹었다고 이렇게 찌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고 먹은 걸 생각해야지?’
이 두 마음.
챙! 검처럼 부딪쳤다가 떨어졌다.
그러다 체중계를 바라봤다.
문득.
참, 너는 네 무게도 아닌데 잘도 버텨내는구나,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과연 내 무게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무게를 버텨내준 적 있긴 있었을까? 헤아렸다.
요 근래, 있었나?
이토록 곰곰이 생각해도 딱 떠오르는 게 없다면, 없었던 거겠지?
철, steel.
아직, 고요한, still.
모양도 발음도 닮았다.
여전히, 고요히. 여기에 난 붙이고 싶다. 넉넉히.
철처럼 강하게, 넉넉히.
나도 이처럼.
그렇게 누군가의 무게를 버텨주는 순간을 넓혀가야겠다.
“왜 이렇게 쪘어?”
“그래도 감량했네!”
이런 말만 잔뜩 들어왔을 체중계 위에 더 무거운 생각까지 얹는다.
날 원망 마라, 체중계야.
넌 넉넉히.
여전히, 고요히.
강철.
너처럼 살고 싶어, 깊게 하는 잠시의 다짐.
이 무언의 무게까지도 넌 버텨 내주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