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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집 기획
홍보물
예술가들이 남긴 기록에 닿고, 또 닿다
작성자
부천문화재단
작성일
2022.08.08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BY-NC-ND)

잠시 쉼, 어쩌면 위로의 멍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한편에 마련된 갤러리는 현대인들에게 잠깐, 쉼. 그리고 문화 휴식의 공간이 되기에 충분하다. 부천을 오가며 7호선을 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지하철 7호선 부천시청역사에는 이런 문화시설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부천시청역 갤러리>로 2012년 부천시청역이 개통된 이래, 이곳에서는 지금껏 수많은 작가의 의미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지난 한 해 코로나19의 여파로 일반인들은 물론 국내외 문화예술계 전반은 침울함 그 자체였다. 공들여 준비한 모든 공연이 취소되고 상상하지 못한 상실감을 강제 체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인들은 각자의 시간 안에서 예술을 향한 열정을 놓지 않았고, 그 결실이 또 하나의 전시회를 이끌었다.

 

 

도시, 삶, 문화

다양한 장르에서 113명의 예술인이 참여한 이번 전시회는 부천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문화도시 조성사업 시민기획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00인의 시선으로 닿고, 담은 부천 : 기록하는 예술가 아카이브 전(展)>이다. 전시는 시간, 공간의 의미를 담아 도시, 삶, 문화를 주제로 이야기하며 미술, 음악, 공예, 사진, 글, 음원, 영상 등 여러 분야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도시로서의 부천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접점이 없는 곳이었다. 일로 방문하게 된 게 전부였는데, 이번 전시회의 방문 역시 자발적 의지라기보다는 7월호 웹진<랑>에 소개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게 사실이었다.

그동안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천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에 한정돼 있었다. 조금 더 확장해보자면 ‘국제만화축제’와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열리는 도시쯤이었다. 그러나 일로서 만나게 된 부천은 다양했다. 지금껏 구축해온 문화적 인프라가 풍부하며 포진해 있는 지역 문화예술가들의 자원이 다채롭다. 부천을 빛내는 활동 또한 활발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이번의 전시회가 부천을 알게 될 좋은 기회로, 부천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획으로, 작품이 전시된다는 반가운 소식에 다녀왔다. 6.21(월)~6.27(일)까지 일주일의 전시 기간 중 총 두 번 방문했는데, 전시 둘째 날은 기대와 설렘을 안고, 마지막 날에는 첫 번째 방문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다녀왔다.





평소 지하철을 애용하는 편인데도 변두리 서울에서 도심을 거쳐 가는 건 퍽 지루한 일이었다. 인고의 시간을 견디듯 환승 포함 43개 정류장을 지나 드디어 부천시청역에 도착했다. 문화도시답게 부천시청역은 넓고 환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인식을 하고 보아서일까. 승강장에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새싹 같은 연둣빛 바탕의 네온사인에 부각된 부천시청역 푯말조차도 산뜻해 보이니 말이다. 복사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벽 전면의 복숭아 부조 역시 탐스러웠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 4번 출구 방향으로 나오니 도시, 문화, 삶이라고 쓰인 연보랏빛 색채의 타이포그래피 포스터가 전시장으로 안내한다. 구석에 치이듯 갤러리가 너무 안쪽에 위치해 찾기 어렵지 않을까 염려가 됐지만, 자세히 보면 보이듯 부천시청역 갤러리라는 안내판도 곳곳에 보인다.

대형 플래카드와 배너, 재생용 박스를 활용해 갤러리 출입문 양쪽으로 배치해 놓았고, 그 위에 연보랏빛 포스터로 입구를 밝혔다. 방역지침에 따라 열 체크와 QR 체크를 마치고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공간에 숨을 불어넣듯 초록 잎 작은 화분들이 앙증맞게 반기고, 영상물과 음원 감상을 위한 시스템들이 갖춰져 있다. 쿠션이 좋은 의자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영상을 보고 기록된 음악을 감상하면 그대로 쉼이 될 터였다. 잠시 의자에 몸을 묻다 일어나 다시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액자들이 생략된 미술품들은 재생용 박스를 활용한 벽면에 무심히 꽂혀있었다.





스케치와 함께 전시된 버스 도자기, 옹기종기 마주한 집 도자기와 부천의 상징물을 컵 코스터에 담은 가죽 공예품은 박스 위에 다소곳이 안겨 있었다. 하나하나 사랑스러워 소장하고픈 욕구를 불러왔다. 공예품들은 부천에서 기념품으로 상품화시켜도 좋지 않을까, 문득 상상해 보았다.





 

부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이번 ‘기록하는 예술가 아카이브 전’은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공존의 시간을 기록하는 전시였다. 변화된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 시간의 변화를 고스란히 맞아 낡고 버려진 채로 혹은 잊힌 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것들을 인정하고 복원하는 시간이었다.

어제를 존중한 아름다움이 오늘을 존재하게 하는 전시로, 변화된 흐름 속에서도 옛것을 존중하며 존재하는 부천의 시간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과거의 시간을 그리고 오늘을 살며 또 새롭게 쓰일 시간의 역사를, 자연의 변화와 함께 흐르는 내일의 시간을 우리가 사는 부천시 곳곳을 찾아 시선에 닿고 담았다.

낡고 버려진 과거를 감추기보다 수용하고 사랑으로 품어 기억되기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눈부신 내일을 희망하게 하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따뜻한 시선이 닿아 과거의 시간을 지키며, 변화를 받아들이는 오늘, 부천에서 만들어갈 내일의 시간을 기록하는 전시의 의미가 진한 파동을 울리며 닿았다.





“예술적 능력이 공익적 역할을 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함을 믿는다.”

참여작가인 안미현 작가의 소신처럼 과거 소비하기에 급급해 파괴된 자연환경을 오늘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며 환경문제를 환기했다. 작가의 대장동 가는 길 바람 사이로 바라본 풍경이 오래 기억되기를, 오늘을 사는 우리가 내일의 너희에게. 그래도 존재하는 희망의 미래를 충분히 돌려줄 수 있기를, 작가의 바람이 담겨 우리에게 닿고 닿았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낡은 편견을 부수는 작품도 있었다. 화려한 볼거리와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태양의 서커스도 있지만, 우리의 서커스는 늙고, 시대에 뒤처진 60년대 시골 장터의 정서쯤으로 여기던 구태를 비웃듯, 텅 빈 놀이공원에서 홀로 선보이는 서커스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관람 열차와 대칭을 이루며 자유자재로 굴렁쇠를 타고 펼치는 이민영 아티스트의 유연함은 기이한 듯 아름다웠다. 오늘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어제와 내일이 미묘하게 공존하는 느낌은 영화적 판타지를 장착했다. 그렇게 시간의 차원을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예술로 어제의 청춘이 오늘의 청춘과 손잡고 춤춘다. 유쾌하게 댄스, 댄스!

삶의 농익은 장소를 둘러보며 시간을 채우고, 희망을 노래하는 예술인들, 예술가의 시선에 닿고 담긴 부천이 한편으론 적나라하게 기록됐다. 때로는 우리가 외면했던 시간까지 고스란히 담겨 인정하고 수용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특별했고,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아마도 창작자의 시선에 닿은 애정이, 마음에 담긴 애틋함이 투명하게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깊고 어두운 밤을 지나면 서서히 새벽이 오듯이 공들였던 시간은 분명 헛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기대

지난 일 년은 혼동과 무질서 카오스를 연상케 했던 바이러스에 맞서 버텨온 시간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그 안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날 수 있었다. 현재를 인정하고 적응하며,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며 각자의 시간을 맞아 방법을 찾고 있었다. 낙담하며 주저앉지 않고 오히려 긍정의 에너지를 받고 생활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고, 일상을 되돌아볼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 암담한 시간을 견뎌온 예술가들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100인의 시선으로 닿고 담은 부천:기록하는 예술가 전(展)>은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시민들, 그리고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역량 있는 예술가들이 심도 높은 사유로 부천을 담아내고 기록한 결과물이다.



여러 예술 분야에 포진해 있는 부천의 예술가들과 그들이 바라보는 부천은 다양하고 특별했다. 그 안에 닿고, 담긴 부천은 미래가 기대되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113인의 예술인들, 그들이 작품에 쏟아부은 사유의 깊이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기록된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때로는 뭉클했고, 귀엽고 사랑스러워 웃고 웃었으며, 귀 기울였다. 예술가들이 남긴 기록에 닿고 또 닿다보니 예술인들과 시민과 문화재단이 함께 걸어온 시간이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문화예술로서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도시, 부천의 힘이 담겨있었다. 그들의 열정이, 문화예술 도시의 저력이 한순간에 나온 것이 아님을 실감했다.

재단에서 담은 예술가들의 <글&연구 보고서 모음집>과 <아카이브 전(展) 프로그램 북>은 그 자체로 부천의 기록물이었다. 공들인 시간을 알기에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 또한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예술가들의 시간을 하나라도 놓칠까 봐 조바심을 내며 듣고, 보고, 읽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시간이었다. 웃으며, 아련해지며, 뭉클해지며, 놀라워하며, 미소짓다가 잠시 멍해졌다. 애틋함이 닿은 마음에 부천이라는 도시가 더욱 궁금해졌다. 기록에 담긴 골목을 시장을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하고 싶었다.

“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처음 만난 누구라도 반갑게 맞아줄 것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들이 펼쳐 보일 문화예술을 만나러 달려가고 싶었다. 어서 빨리 그들의 무대를 보고 즐길 수 있기를, 도시 곳곳의 도서관을 모두 체험하고, 시 낭송에 귀 기울이고, 문학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꿈꾼다. 음악을 들으며, 혹은 시장 상인들의 밝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장과 골목을 누비고, 건강하게 웃음 짓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 조금쯤 가까워진 부천을 느끼며, 마침 최동석 작가의 ‘부천에 흐르는 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3초, 사랑이 오듯 온 우주가 멈추는 시간. 내게 부천이 담겼다.’

오늘을 기억하고, 내일을 상상하고, 미래를 기획하는 예술가. 그들의 기록은 추후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

<기록하는 예술가>
* 부천문화재단의 문화도시 조성사업 시민기획 프로젝트의 일환인 ‘100인의 시선으로 닿고, 담은 부천:기록하는 예술가 아카이브 전(展)’은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지역문화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팬데믹 일상을 살아가는 부천 예술인의 창작활동 기회를 확대하고자 글, 그림, 음악, 영상 등 예술가의 다양한 활동 방식으로 문화도시 부천을 재해석해 담았다. 프로젝트에 총 113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하고 부천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담고 코로나19 상황 등을 기록했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후 12시부터 8시, 주말 오후 11시부터 6시까지이며 방역 지침을 준수해 운영되었다. 이번 결과물은 향후 온라인을 통해서도 시민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관련 사업을 통해 부천 지역 예술가의 활동을 지속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