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짭짭쩝쩝쩝쩝쩝쩝
아홉글자를 썼을 뿐인데 가슴이 턱 막힌다. 조여드는 마음에 덩달아 미간도 좁아진다.
나도 모르게 왼쪽 눈을 찌푸린다. 첫 기억은 구몬 선생님이다. 당시 유행하던 방문학습의 여파는 우리 집까지 와 닿았고 덕분에 일주일에 두번씩 구몬 선생님을 만났다. 주로 수업은 아이들의 방에서 이루어진다. 알록달록 때가 탄 고무 매트 위에 수업 등록 기념으로 받은 만국기가 그려진 플라스틱 좌식 책상을 두고 마주보며 앉는다.선생님은 빨간 색연필을 살뜰히 들고는 내가 연필로 답을 쓰면 동그라미를 그려준다. 그러다 한 절반정도 종이가 넘어가면 엄마가 들어온다. 과일 접시와 믹스커피가 담긴 예쁜 찻잔을 들고 오신다. 딸그락-착. 그러곤 나에겐 문제가 주어지고 선생님은 조용히 사과를 포크로 집는다. 콰삭-. 사과 섬유가 갑작스러운 압력에 눌려 이리저리 튀어나간다. 그러곤 입에 들어간다. 콰삭, 칵, 사각, 콱착, 찹, 차칵, 찹찹 선생님이 입을 다물고 씹어도 그 소리는 선명하다. 사과조각이 작아지면 콰삭 거리던 소리도 점차 쩝쩝에 가까워진다. 쩝쩝쩝쩝쩝, 그러곤 꿀꺽. 입안에는 남은게 없다. 그럼 다시 또 반복이다. 콰삭-찹-쩝쩝.
그럼 문제를 풀던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그냥 계속 그렇게 학습지에 고개를 처박고 그 소리도 듣지 못한 척을 한다. 선생님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과일을 씹어보지만 시계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방에서 부서지는 사과 소리가 들리지 않을 리 없다. 동굴처럼 울린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asmr 부스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싫어했던건 쩝쩝소리 그 자체보단 사과를 계속 먹으려는 선생님의 마음이었다. 선생님이라는 역할이 갖는 통제성과 사과를 향한 욕망은 분명히 서로 다른 성질을 띄고 있었다. 그런 어색한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짭짭소리는 헐벗은 존재를 목격하게 만들었고 어린 나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