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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을 느끼는 봄과 여름 사이
작성자
박*련
등록일
2024.06.05
조회수
1,450

양력 2021년 8월 6일.....

약25년을 함께 살던 나의 할머니가 나를 영원히 떠난 날이였다....

뜨거운 여름이였다.... 하지만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는 뜨거운 여름이였다....

만3년이 다되가지만 아직도 나는 할머니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아직 할머니가 살아 계시는듯하다...

그렇게 예뻐하는 손녀가 아들을 낳았으니 그 증손주도 얼마나 예뻐하셨는데 그렇게 쉽게 가실일이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내 아들 5살때 일이였다...

 

우리 할머니는 내가 유치원 다닐무렵부터 함께 살았다.

부모님이 맞벌이셨기에 학교갔다오면 할머니가 간식도 챙겨주셨도 저녁까지 함께 차려먹었다.

주말이면 새벽5시에 첫 물로 목욕을 해야한다며 동생은 두고 꼭 나를 깨워 나와 함께 둘이서만 목욕을 가곤했다...

그 세월이 자그마치 25년이다...25년....

 

내가 결혼하고 할머니는 이제 너희 엄마도 편하게 살아야 한다면서 독립을 선언하셨고 친정 근처도 아닌 멀리...

서울로...작은고모댁 근처로 굳이... 독립하셨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친정에서 굳이 서울 단칸방으로.....

자식들과 손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립하신 할머니는 의외로 잘 지내셨고 매일같이 보던 할머니를 안보니 너무 보고싶고 생각나

내가 차도있고해서 자주 찾아뵈었다. 남편과도 연애를 오래하였기에 할머니를 잘챙겨드렸고 할머니집에 가서 저녁도 자주 먹고 올정도로...

 

증손주 보고싶어 하실까 아들을 자주 데려갔고 갈때마다 할머니는 아들을 너무 예뻐하는게 눈에 보였다.

그렇게 할머니 독립 3년차.... 2021년8월5일 저녁 친정엄마가 우리집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할머니가 동네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하셨다고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CT를 찍어보라고 했다며....

그래서 나는 내가 다니던 내과에 CT가 있어 바로 모시고 가려고 할머니와 통화를 했다.

돈도 다줬고 예약도 해놓았다고 일부러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할머니가 고집 안부리고 가신다고 할까봐....

제가 내일 모시러 갈테니 계시라고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안가신다고하여 큰고모와 아빠와 통화를 했고

그사이에 할머니가 큰고모와 아빠와 통화를 했는지

알겠다고 내일 오시겠다고 했다. 그래서 상황은 일단락 되는듯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양력 2021년8월6일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엄마에게서 다급하게 전화가 왔다....

할머니가 돌아가신것같다고..... 아빠가 가고있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것 같다고.....

나는 멍했고 지금까지도 2시간정도의 기억은 없다...

다만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지기전부터가서 마지막까지있던기억만.....

 

그리고 또하나의 기억.... 장례식장에서 나는 할머니 사진 앞에서 울거나 손님이 있으면 잠시 옆으로 비켜서서 울거나...

잠시 정신이 들면 음식주문을 챙겼었는데 그때 음식을 챙겨주시던 여사님들이 나에게 고인과 관계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울기만 해서 자녀분 같긴한데 어려보여서 자녀분은 아닌듯하다고...

그래서 손녀라고 말씀드렸더니 할머니가 손녀에게 사랑을 많이 주신것 같다고....

 

나는 여전히 할머니가 보고싶고 또 보고싶다....

할머니의 핸드폰이 내 명의로 되어있었는데 나는 아직도 핸드폰을 해지하지 못한채 가지고 있다...

전화하면 할머니가 응~하면서 내이름을 불러줄것만 같아서...

해지하지 못하고 가지고있다...

 

핸드폰을 해지할 수 있는 날이 내가 정말 할머니를 보낼 수 있는 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보고싶다 우리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