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대낮에 여관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추위를 견디려고 옷을 몇 겹으로 끼워 입고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하는데 나이 탓인지 급히 화장실에 가고 싶다. 워낙 급했던지 바지에 약간의 실례를 했기에 불쾌했다.
오후에 아이들 농구대회 응원을 가야했기에 주차를 하고 빨리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천신만고 끝에 주변에 있는 목욕탕을 찾았는데 위층은 여관, 지하는 목욕탕인데 휴일이란다. 아주머니께 양해를 구했고 대중목욕탕보다는 불편했지만 개운한 느낌이 들어서 참 좋다.
아내에게 낮에 있었던 사건(?) 이야기를 했더니 단백질을 보충해야 한다며 갈비탕을 사준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후딱 해치우는데 나이 먹고 힘없으면 뒷바라지를 누가 해주냐며 생색내는 아내가 얄밉다.
젖은 낙엽처럼 찰싹 붙어있을테니 버리지는 말아달라며 얼른 악수를 건넸다. 역시 부부는 평생 좋은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