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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모두모두 고맙다
작성자
이*희
등록일
2024.07.03
조회수
1,461

겪어 봐야 아는 경우가 있고 굳이 겪지 않아도 아는 경우가 있다. 세상을 살다보니 겪지 않고 아는 일이 조금씩 늘어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자인 경우가 많다. 반 세기 이상을 살면서 나는 한 번도 손과 발의 귀함, 고마움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내 몸에 있는 각 기관들은 나의 의지와 생각대로 당연하게 움직여 주는 줄 알았다. 그만큼 나는 딱히 몸에 불편함 없이 살았다. 아니 건강하게 살았다고 해야 할까.

어느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커브를 돌면서 넘어졌다. 공교롭게도 앞 바퀴가 파스가 나면서 엄청 큰 사고를 당했다. 오른손목이 골절된 것이다. 그런데 한의원부터 찾아간 나는 일주간 열심히 침을 맞았지만 차도가 없어 대학병원을 갔고 거기서 골절(정확히 말하면 여러 조각이 나서 골절이 아니라 분쇄라고 표현함)  진단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먼저 한의원을 갔는데 그곳에서 옆 건물의 의원에서 엑스레이부터 찍어 골절여부를 확인하라고 했다.  촬영 결과 골절이 아니라고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곳의 장비가 노후 돼 정확하게 영상이 안 나왔거나 원장의 오판이었던 것 같다. 이후 동네 의원은 감기 때나 가는 게 딱이라는 생각을 했다.

통깁스에서, 반깁스까지 석 달을 그렇게 반쪽으로 지냈다. 옛 동화의 '반쪽이'는 힘이라도 세지!  오른손이라서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2주간은 남편의 손에 의지해 머리를 감는 등 남의 손에 의한 생활을 했다. 깁스를 풀고 기존에 하던 새벽반 필라테스도 다니며 일상으로 돌아와 생활하고 있지만 예전만큼 온전하지는 못하다.  볼 때, 냄새 맡을 때, 들을 때, 걸을 때....순간순간 나의 신체 각 기관에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감사는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에게 감사하니 주변 모든 것이 더욱 사랑스럽고 고마운 것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