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세 글자
쓰는 시간
“선생님, 훈석(가명)이 울어요.”
“응, 왜?”
“글씨 쓰다 울어요.”
가서 보니 지워야 할 글씨들
“훈석아, 울지 마.”
눈물을 닦아내는 훈석, 서럽고 슬픈 표정.
“훈석아, 글씨 잘못 써서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훈석
“훈석아, 울 일 아니야. 지우개 있지?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면 돼.”
훈석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 지우개로 글을 지웁니다.
그리고 다시 차근차근 한 획, 한 획 써 내려갑니다.
글씨를 잘못 쓴 적 있긴 하냐는 듯, 운 적 있긴 하냐는 듯.
“울 일 아니야.”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면 돼.”
분명 훈석이에게 한 내 말들, 왜 내 귀에도 콕, 콕 박히는지.
글씨 익히기, 삶 이어가기. 있었습니다, 같은 부분…….
오늘, 지금.
내 걸음…….
길 아닌 곳에 머문다면 슥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걸음을 찍어나가면 되는.
지우지도 못할 만큼 깊어지기 전에, 지우개 다 쓰기 전에…….
이 길…….
내 걸음이 놓일 길, 아니라는 것. 그것부터 깨달으면 되는.
울지 말고, 눈물 거두고.
걸음이…….
길이 아닌 곳에 찍혔거나,
길 위에서라도,
삐져나왔거나 한다면.
지우개로 슥 지우고 다시 써나가기, 걸음.
물방울 세 글자로 시작한 이야기, 이렇게 내 귀에 내 맘에…….
물방울 맺어 끝난 이야기, 되었어요.
한동안 품어갈…….
“울 일 아니야.”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면 돼.”
한동안 이슬로 내 안에 맺힐 말들
오늘 내 귀, 내 맘에 맺힌 물방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