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간 중 산책이 제일 좋은 우리 순둥이. 몇 번을 나가도 마다하지 않는다. 요새는 달라졌다. 외출 후 2-30분이 지나면 헥헥 거린다. 작년과 완연히 다르다. 체력이 떨어진 걸까, 날씨가 더 혹독하게 더워진 까닭일까. 산책 후 돌아오면 가장 조용하고 한적한 공간을 찾아 정신없이 잔다. 9살 순둥이는 올들어 확실히 기력이 달리는 것 같다. 산책을 나가면 한참을 걷다가 나를 멀뚱히 쳐다본다. "안아줄까?"하면 바로 다가온다. 없는 땀샘에 털까지 있는 강아지들에 여름은 견디기 힘든 시기다. 보통 강아지들은 경량 패딩하나 입은 정도라고 말하는 훈련사도 있다. 그런데 한 여름에도 얇게 옷을 입히는 견주도 있다. 아이를 위한 걸까, 주인의 눈요기를 위한 걸까? 어느땐 강아지가 참 안스럽기까지 하다.
강아지를 키울 땐 강아지 입장에서 보살핌이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 견주의 취향에 맞춘 보육이 아닌. 위생이나 건강을 위해서 어쩔수 없이 해야 하는 목욕, 발톱, 귀소독 등 최소한의 것들 마저도 그들에게는 부담이고 스트레스일 텐데 굳이 안해도 되는 치장까지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심지어 강아지에게 선캡을 씌우고 선글라스를 씌운 것 봤다. 귀, 꼬리부분에 염색도 한다.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과시라도 하고 싶은 걸까.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정말 안스럽기도, 안타깝기도 한 풍경이다. 자연스러운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