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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안는다
작성자
이*진
등록일
2024.07.22
조회수
822

  왼쪽 책장엔, 몇 권 안 되긴 하지만 내 글이 실린 수상작품집이 있다. 책을 한 권, 한 권 시선에 담는다. 각각의 책에서 그 책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스친다. 비할 바 없겠지만 산고의 고통으로 나온 내 글들. 나는 이걸 생명체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 내 마음, 물론 비할 바 없겠지만 부모님께서 자식을 바라보시는 마음과 같을까.

 

  미혼인 나, 이렇게나마 부모님의 마음 헤아려 본다.

 

  처음, 유리를 통해 조카를 봤던 때가 생생하다.

  눈가가 뜨거워졌다가 막상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묵직함이 느껴져 현실을 자각해서였을까, 무게를 느끼며 조카를 바라보자 순간의 내 표정을 눈치챘는지 동생이,

  “? 막상 보니 낯설어?”

  그렇게 말했던 것도 잊히지 않는다.

 

  처음, 조카가 , .” 했었던 때가 생각난다. 이모, 이 두 글자에도 무게가 느껴지는데 동생은 오죽할까?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정의 내릴 수 없는 아린 마음에 홀로 뜨겁고 따가운 것을 속으로 삼킬 때가 종종 있었다.

  동생의 모습 속에서 자꾸 엄마가 보였다.

 

  처음, 조카가 앉아.” 했을 때가 기억난다. 우리 조카는 지금도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건 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과 놀아주려 옆에서 오래도록 서 있는 한 사람이 자신이 보기에도 안쓰러워 보였던 걸까.

  생생하다. 발음도 정확히 안 될 만큼 어렸었던 아이가 안다(앉아).” 하며 손으로 의자를 쳤었던 그때…….

  이 작은 아가에게 받은 배려에 내가 느낀 감동은 글로 그대로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내 친구는 쌍둥이 엄마.

  그녀가 아기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정확한 때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출산 후, 양육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로 기억한다.

  그 즈음 그 친구는 매일 저녁, 같은 시간 내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마냥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버거웠던 게 사실……. 친구에게 미안하지만 전화가 올 때 중요한 무엇인가를 하고 있을 때가 많았다. 하여, 처음엔 전화를 열심히 받다가 시간이 흐르자 점점 늦게 받게 되었고 나중엔 받을까 말까 망설여질 때도 있었다. 전화는 다음 날도 왔고 또, 그다음 날도 또……. 그렇게 전화는 한동안 매일 왔었다.

  그리고 그 일, 기억에서 잊힐 만큼 오래전이 되어갔고 그 즈음이었다.

  직업상 아이들과 함께 있는데 그 당시 친구의 아가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과 있을 때였다.

 

  아이들과의 다름없는 일상……. 흘러가고…….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갔고 문득 그때 친구의 전화가 떠올랐다.

  ‘이래서 전화했구나.’

  그 당시 내 심정, 내게 매일같이 전화를 걸던 친구의 심정과 같았던 것.

  ‘의지하고 싶었어.’

  ‘털어놓고 싶었어.’

  ‘그냥 잠시, 쉬어가고 싶었어.’

  친구의 생각이 전해졌다.

  그런데 왜 난 친구의 심정을 헤아리면서 자꾸 젊은 시절 엄마가 떠올려졌을까…….

 

  ‘우리 엄마도…….’

 

  “의지하고 싶었어.”

  “털어놓고 싶었어.”

  “그냥 잠시, 쉬어가고 싶다.”

 

  ‘이러셨겠다…….’

 

  젊은 엄마가 자꾸 떠올랐다. 젊은 엄마, 그녀. 그녀를 나는 꼭 안아준다.

 

  “힘들지요? 엄마는 되어 본 적 없었을 텐데……. 많이 힘들지요? 뜨거운 생명이 내 심장과 맞닿아질 때 그 뜨거운 무게감. 말로 설명 못 할 그 벅참. 얼마나 두려웠을까……. 쉬고 싶을 때, 가끔 울고 싶을 때 울어도 돼요. 이렇게 제 품에서……

  난 그녀를 꼭 안는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