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가부좌로 앉아 명상을 시작한다.
여름이 가져다주는 미지근한 바람과 습한 공기를 느껴본다. 천천히 숫자를 세며 숨을 따라 의식도 고요해지기를 기다린다.
왼쪽 팔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요가 동작을 한 후라 땀이 흐르는가 싶었다.
의식을 코끝으로 가져와 숨소리에 집중해 본다. 거칠게 내쉬었던 숨이 이내 얕아진다.
왼쪽 팔에 대한 생각도 어느새 사라지고 고요한 시공간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30분에 맞춰 놓은 알람이 울렸다.
눈을 떠보니 팔 안쪽은 모기에 물려 붉어져 있었다. 박박 긁고 나니 더 부어오른다.
생각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겠다 싶다.
땀이라 생각했을 땐 슥 지나가는 간지러움이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