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쿤체의 〈뒤처진 새〉라는 시가 있다.
뒤처진 새 - 라이너 쿤체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시인은 말한다. 안다고!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그 감정은 '뒤처진 새'가 느끼는 걸까?
아니면 뒤처진 새를 바라보는 '시인'이 느끼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이 시를 읽고 있는 '나'의 감정일까?
사실 그게 어떤 건지, 나도 안다.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나도 안다.
시를 읽으며 갑자기 눈 시울이 붉어진다.
시인처럼 나도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뒤처진 새'에게,
뒤처진 새를 바라보며 서 있는 시인에게,
시를 읽으며 그게 어떤 건지 아는 나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으며, 어릴 적부터 그게 어떤 건지 아는 너에게
나도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