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 맞는지, 회의가 들 때. 그러면 걸어온 길 전체가 흔들린다.
오래 그랬다.
글을 쓰고 싶었고 하여, 치열히 글 썼으며, 쓴 글들 공모전에 냈으나, 결과는 참담. 하지만 시간 흐른 어느 날 처음인 듯 글 썼고 누군가의 알아줌에 의해 내 글, 살 수 있었다. 그렇게 감사히 등단. 하지만 이유가 뭐였을까. 등단 다음 해부터 몇 년 글이 나오지 않았다. 끼적이는 수준도 안 되었다.
글을 위한 생각 몇 분만으로도 오는 무게감. 글을 쓰지 않았다. 글쓰기, 기쁨이었는데 요 몇 년 가쁨이었다. 그렇게 글 쓰지 않아, 숨 가쁨 상태가 됐다.
이러나, 저러나, 글 없인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시간, 흘러, 또, 처음인 듯 글을 썼다. 그러지 않고선 견딜 수 없어서.
이쯤 되니, 글, 날 부르나. 이런 생각도 들 정도.
매번 그랬었지만 깜박, 커서 앞, 심장도 콩닥.
그렇게 1분 1초 그대로 느끼며 앉아 있을 수 있었고 그런 순간, 좋았다.
내 숨 기록지, 그곳. 그러나 그 앞에서도 내 갈급증, 심해졌다.
살며 이토록 열망하는 것이 있다는 것에 신기, 황홀도 했지만 가끔 버거웠다. 이길 수 없는 이 갈망, 평생 업고 가야 하나 자신 없어졌다. 글 앞, 이 무슨 감정인지.
실제로 서로 만질 수도 없으니, 글. 분명, 생명체가 아니다.
하지만 외려 때론 가장 그런 존재이기도. 실제 말하며 함께 뛰며 서로 만지는 존재. 생명체 아니지만 생명체.
글이 생명체로 느껴지는 상황에까지 이른 지금이 버거워서인지, 또다시 응답 없을 메아리를 계속 보내는 것에 버거워서인지. 힘에 겨웠던 요즘. 이 아픔, 뭘까.
내 맘, 어찌 됐든 시간이란 기차, 달리고 이 속에 난 실렸을 뿐. 그리 하루하루 지냈지만 사나운 시간에 상관없이, 그 위력 따위 흔들어 떨어뜨리면 그만이라는 듯, 기억하고 기다리는 날, 있었다.
시간은 멈춤 없이 흐르고 그날에 이르렀다. 결과 발표일. 수상 소식, 개별적으로 문자로 주신다 하셨기에 기다렸다.
문자가 와 있기에 확인했는데, 기다리던 주최 측 문자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본 순간, 아! 수상 소식, 아니었고. 심사 결과 공지 안내 문자.
‘안녕!’
작별, 고한 채, 친구와 한참 통화한 후, 몇 작품이나 입선했을까, 궁금해져서 누리집에 들어갔는데…….
아!
나……. 있었구나!
입선.
3년 반 만에.
그 순간으로, 알아차렸다. 요새 내 버거움.
‘글이 생명체로 느껴지는 상황에까지 이른 지금이 버거워서인지, 또다시 응답 없을 메아리를 계속 보내는 것에 버거워서인지.’ 했지만, 실은 후자가 전부.
3년 반 만에 내 글, 살았다.
날이 갈수록 내가 느끼는 글, 꿈을 넘는다는 것.
내 숨을 기록하는 것. 글
내 안에서 꿈틀대는 생명 덩어리를 얇게 썬 것이니, 난 글을 이렇게 명명(命名) 한다.
대패 숨겹살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대패 삼겹살을 올려 먹어 볼까. 참, 먹는 것을 좋아한다.
“웬만한 사내보다 잘 먹어, 누나.”
이런 말 들을 만큼.
함께 밥 먹던 친구가 이렇게 말했지.
“미안, 남편 먹을 밥도 모자라.”
먹을 것을 좋아한다. 나, 속사람. 두 사람 다.
난 프라이팬에 대패 삼겹살 올려……. 속사람은 이곳에 대패 숨겹살 올려…….
버겁다느니, 힘겹다느니, 반은 거짓말.
자기 글 살아있는 것에 이리 좋아할 거면서.
응답 없는 메아리, 그것에 지쳐서 그런 거였으면서.
그래서……. 오늘도 잊으면 안 될 나의 대패 숨겹살.
오늘도 이곳에 불을 켜 글을 올린다.
대패 숨겹살 냄새,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