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사랑을 확실히 체험함……. 그날의 일기
얼마 전 조카들이 왔었다.
잠만 자면 월요일인 날에.
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 조카들, 그들이 자고 갈지가 내겐 최고의 궁금증이었다.
방학인 너희들, 출근해야 할 나.
제발 집에 갔다 나중에 다시 오면 안 되겠니……. 속으로 바라고 바랐지만 그 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자고 가기로 결정이 난 것, 첫째 조카…….
“지난번에는 동생이 주말 3일 동안 있다 갔으니까 이번에는 제 차례에요.”
논리적인 주장에 반대 의견을 낼 자는 없었다.
첫째 조카는 요리를 하고 싶어 했다.
유튜브 채널을 보며 할 요리를 정했는데, 그건 브라우니.
거의 집에 있는 재료들이었지만, 없는 게 초콜릿, 슈거 파우더.
이 더위에 나가야 하다니…….
지난번처럼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져서 가는 것보단 ‘이모가 갔다 올게.’ 하는 게 좋겠지? 하지만 생각뿐, 뜨거움 속에 날 굽는 일은 되도록 없는 일이었으면 하며 최대한 미루다가, 도저히 피할 벽이 없다 느낄 때 체념한 듯 쏟은 한마디.
"이모가 갔다 올게.”
슈거 파우더
이걸 꼭 사야 했는데 태어나 처음 사 보는 거라서 생소했으며, 하여, 그것을 파는 곳조차도 알 수 없었다.
이럴 땐, 발품이 안길 품.
슈거 파우더…….
세 군데를 들르고 마지막 들른 대형 마트에서 쉽게 이걸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 좋았다.
일요일 밤의 우울함도 누르게, 더위도 가르게, 귀찮음도 쳐내게 하는 조카를 향한 내 사랑. 알긴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견고했구나…….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데 ‘꼭, 슈거 파우더를 들고 가 네게 안기리!’ 이 생각뿐……. 더위에 헉헉……. 허덕이는 나의 안부는 뒷일이었다.
드디어 도착!
조카에게 슈거 파우더를 주고야 물을 마시며 나를 챙겼는데……. 슈거 파우더 앞 조카의 기쁨이 아이스크림이었다, 내게.
조카가 슈거 파우더를 뜯어서 사용하려 할 때 냄새를 맡아 봤다.
‘참 달콤하구나, 이 순간처럼.’
달콤함이 비처럼 내리네, 하며 바라보다가…….
느꼈다.
‘이거구나, 내리사랑.’
내리사랑, 이를,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기관으로 느낀 그날.
달콤한 그 향기, 후각으로 남은 내리사랑.
나, 어쩔 수 없는 조카 바라기라는 걸 다시 깨닫던 날이었다.
그리고 밑으로 내리는 슈거 소나기.
‘사랑하는 조카, 난 네게, 언제나 달콤함을 내려주고 싶어.’
마치 내 마음을 대신하듯 내렸다.
내리사랑이 어쩌면 삶의 원동력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던 그날.
이모라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