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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여권 때문이야
작성자
이*희
등록일
2024.08.18
조회수
530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직장을 다니면서 가족이 함께 떠나는 휴가 혹은 여행이 쉽지 않다. 날짜 맞추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작년에 결혼한 아들이 6월에 짝꿍과 그리스 여행을 다녀왔다. 한 달 후 우리 부부가 천문산을 다녀왔다.  오늘 막내아들이 친구와 싱가포르를 간다.  해외 여행이 일상이 된 요즘이라 별스러운 것은 없지만 어쨌든 여행은 설렌다. 우연히 시계를 보니 13시가 다 돼 간다. 오늘 16시 비행기니까 공항에 잘 도착했겠지 싶었다

백중이라 절에서 법회 마치고 점심공양으로 국수를 막 먹기 시작했는데 부릉부릉 전화 울림이 느껴졌다.  '엄마의희망&산소' 폰에 저장된 둘째아들 닉네임이다.  '공항 도착 했다는 전환가 보다' 싶어 반갑게 받았다. 목소리가 다급했다.  "엄마, 어디에요"    "절"    "혹시 제 방 서랍에 여권이 있나 확인 좀 하려고요.  지금 공항인데 기간 지난 여권을 가져와서요"    헉!    "아버지 집에 계시니 연락드려 봐"    국수만 후다닥 건져 먹고 맛있는 국물도 못 마신 채 집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왤케 신호가 자주 걸리고 긴 지....

인천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자신이 사는 마곡으로 이동하면서 혹시나 하고 우리 집에 있을까 싶어 확인을 의뢰한 것이었다.  찾아본 결과는 뻔하다.  주말에만 오는 본가에 본인 여권이 있을 리 없다. 초등 때 만든 24년 전 여권만 서랍에 잠자고 있을 뿐이다.  시간은 벌써 13시 30분이 넘었다.  조바심 나서 전화를 하니 마곡동 집으로 택시 이동 중인데 거의 도착했단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연락을 기다렸다.  10여분이 지나 톡이 왔다.  "여권 찾아서 공항으로 다시 이동 중이에요.  지난 여권은 찢어서 바로 휴지통에 두고 갑니다 ㅎㅎ"

휴~~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남편은 먹다만 점심을 다시 먹었다.  "우리도 지난 여권은 정리합시다"  서랍에 잘 보관해 둔 여권을 우리는 미련없이 가위질해 버렸다.  혹 우리에게도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

공항에서 임시 여권발급은 가능하다.  그러나 평일 9-6시에 이용할 수 있으며 1-2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간여유가 없을 땐 이마저도 불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나라별로 임시여권 입출국 통용이 각기 다를 수 있다.  임시 여권을 발급하는 게 쉽지도 않고 때론 입국하는 나라에 적용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아들집이 그나마 인천공항과 30분 거리니까 망정이지 강동구나 도봉구였으면 어쩔뻔....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 와중에도 시간 여유가 있다며 라운지에 들러 음식먹는 사진도 보내왔다.  이 더위에 땀깨나 흘렸을 것 같다.  평생 잊지 못할 여행길이 되겠다. 

묵은 여권은 반드시 정리하고 여행 전에는 여권을 두 번, 세 번 확인해도 부족하지 않음이 철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