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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느리게 춤추라
작성자
김*복
등록일
2024.08.31
조회수
547

데이비드 웨더포드의 시 <더 느리게 춤추라>를 읽으며, 내가 얼마나 조급하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해야 할 일들은 많고, 그 일들을 마치기 위해 항상 서두르고, 하루를 쪼개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바쁘게만 움직이는 동안,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돌아보라고 말한다.
회전목마를 타는 아이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펄럭이는 나비...
내가 마지막으로 그런 것들에 눈길을 준 것이 언제였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무언가에 이르기 위해 그토록 서둘러 달려가고 있었지만,
그곳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에서 느낄 수 있었던 소소한 기쁨들을 잃어버린 것 같다.

어딘가에 이르기 위해 그토록 서둘러 달려갈 때

그곳으로 가는 즐거움의 절반을 놓치는 것이다.

걱정과 조바심으로 보낸 하루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버려지는 선물과 같다.

데이비드 웨더포드 〈더 느리게 춤추라〉 중에서

매일 밤 잠자리에 누워서도 내일 해야 할 일들로 머리가 가득 차고,
그러면서도 정작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주위 사람들의 표정이나 감정에 얼마나 둔감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토록 바쁘게 움직이느라,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음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걱정과 조바심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버려지는 선물과 같다는 말이 크게 다가왔다.
땅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도 하고, 저물어 가는 태양빛을 지켜보기도 하며
그 선물을 소중히 풀어보며 하루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더 느리게 춤추라

회전목마 타는 아이들을

바라본 적 있는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 기울인 적 있는가.

 

펄럭이며 날아가는 나비를 뒤따라간 적은,

저물어 가는 태양빛을 지켜본 적은.

 

속도를 늦추라.

너무 빨리 춤추지 말라.

시간은 짧고,

음악은 머지않아 끝날 테니.

 

하루하루를 바쁘게 뛰어다니는가.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고서도

대답조차 듣지 못할 만큼.

하루가 끝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앞으로 할 백 가지 일들이

머릿속을 달려가는가.

 

속도를 늦추라.

너무 빨리 춤추지 말라.

시간은 짧고,

음악은 머지않아 끝날 테니.

 

아이에게 말한 적 있는가,

내일로 미루자고.

그토록 바쁜 움직임 속에

아이의 슬픈 얼굴은 보지 못했는가.

 

어딘가에 이르기 위해 그토록 서둘러 달려갈 때

그곳으로 가는 즐거움의 절반을 놓치는 것이다.

걱정과 조바심으로 보낸 하루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버려지는 선물과 같다.

 

삶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속도를 늦추고,

음악에 귀 기울이라.

노래가 끝나기 전에.

 

데이비드 웨더포드 〈더 느리게 춤추라〉 (류시화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