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가끔 생각난다.
선풍기 앞에서 “아!” 하며 소리를 냈던 것. 어렸을 적 여름엔 이 재미가 솔솔. 벌써 꿈과 같은 오랜 기억이 되었구나, 슬퍼진다.
시간은 참 비정하다, 또 빠르며.
많이 선선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난 내 가장 가까이에 선풍기를 둔다.
선풍기야.
지난여름 내 가장 가까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바람을 뿜어주는 널 한참이나 지켜본 적 있었다. 내 새벽 지키는 한여름 나만의 달, 내년 여름에도 잘 부탁해.
작년에 이렇게 속말을 했었는데 벌써 1년이 지나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작년처럼 역시 올해도, 선풍기는 나와 함께, 여름을 이겨내는 중.
선풍기, 꼭 가족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이 자신의 세상이면서 그 여름 밀어내며.
또, 온몸으로 바람을 뿜어내며 나를 지키며.
지칠 줄 모르는 모습.
나는 누군가에게 선풍기와 같은 사람 되고 있나, 생각한다.
나도 선풍기와 같은 사람 되고 싶다.
선풍기처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누군가를 위하며.
바람과 같은 응원,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지금도 선풍기는 나를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