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마음이 삐뚤빼뚤해질 때가 있다. 열심히 짠 계획에서 미처 완수하지 못 한 일에 엑스표를 치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다른 일들을 잘 해서 잔뜩 동그라미를 쳤음에도 엑스 하나로 하루가 다 무너진 느낌. 별 것도 아닌 작은 표시 하나가 심경을 박박 긁는다. 결국 다이어리 커버를 닫으며 빈정이 상한 채로 다시는 열지 않는다. 5개의 동그라미가 엑스 1개를 이기지 못했다.
남들이 보면 왜 저러나 싶겠지. 그런 나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웃기게도 나 자신이었다. 그깟 엑스표 신경쓰지 말고 꾸준히 하는 행위에 몰두하라고 머리는 외친다. 하지만 내 마음은 '꾸준히 완벽하게 하고 싶은데?' 를 외치며 머리의 조언을 들어주지 않는다.
빡빡한 기준은 나의 내면을 서서히 옥죈다. 동그라미 7개로 가득 찬 하루가 행복보다는 다행이라는 안도감으로 뭉쳐진다. 내일의 내가 이걸 잇는 완벽이 아니라면 어떨까 하는 불안으로 바뀌는 게 문제지만. 스스로를 칭찬하지 못 하는 자신이 답답하기도 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하루. 빈둥거리며 늘어지게 쉬는 휴식. 생산성은 없지만 그래서 생산적이라니 이 얼마나 역설적인 순간인가. 할 일이 쫓기고 불안해하는 하루가 하나 줄었다고 행복해지다니. 수많은 동그라미에도 행복해지지 않았던 내가!
잠시만 쉬어보자. 휴식도 과정이니. 이제는 나를 칭찬하는 내가 되고 싶다. 잠시 성장이 멈추더라도 불안을 먼저 멈춰 나 자신을 되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