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좋아하는 물건들이 아직도 책상 위에 올려있다. 그중 분홍색 곰인형은 가끔씩 말도 건다. 혼자 중얼거리면서도 묘하게 인형에게 위로를 받는 느낌이다. 인형은 어린이들의 친구로 산다는데 지금 내 앞의 곰인형은 정체가 뭘까.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친구인지 아니면 떠나보내야 할 추억인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에 어른들은 참으로 멋있었는데. 정장을 갖춰입고 자신만의 집에서 멋스러운 물건들로 공간을 채우고 즐기는 사람들. 그들은 '어른'으로 보였다. 나는 아직 그러지 못한다. 정장도 입지 않고 나만의 집이라고는 작은 방 한 칸 뿐이다.
아직도 인형을 아끼고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이 인형을 주저없이 버리는 순간이 진정한 어른인 것일까? 아직은 모르겠다. 인형을 사랑하는 성인으로 아이도 어른도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