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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
작성자
이*진
등록일
2024.09.08
조회수
358

엄마의 엄마

 

 

 

  시간.

  어렸을 때는 왜 그렇게 시간이 더디만 갔는지.

 

  일 초, 일 분. 모조리 다 맞는 시기이기에 그 시절,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그때.

  “아니, 왜 그래?”

  “왜 가만히 못 있을까?”

  어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이제 와 생각하니, 다 일리가 있습니다.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그땐 왜 그렇게 시간이 더디게만 갔던 건지…….

  생각 끝 얻은 결론은, 세상에 태어나 닿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다 새로워……. 그래서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이 걸렸던 것 아닐까요? 온 세상이 다 새롭고 알아가야 할 것들 투성이이니. 그래서 그렇게 시간이 느리기만 했던 거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하니, 나이를 먹어서는 시간이 빠르게 느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여겨지네요.

  새로울 것 없고, 해결해야 할 것들 투성이이기에. 하여. 시간은 어렸을 때는 느리게 나이가 들어서는 빠르게 간다고 여겨지나 봐요.

 

  그러니, 엄마의 시간은 오랫동안 빠르게 흘러갔을 테지요.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우리 엄마는 엄마인데도 어쩌면 저렇게 소녀 같으실까, 신기해…….’

  이렇게 생각하며 엄마를 감탄 속에서 바라봤었던 그때, 그때의 엄마를, 그때의 제 감정을.

 

  어린아이였던 제가 느끼기에도 이 정도이니, 엄마는 오죽하셨을까.

  ‘난 아직 그대로인데. 내 맘 변함없는데.’ 하시며…….

  불현듯 채워지는 설움 속, ‘나 분명 티 없이 맑은 시절, 가진 꿈 많던 시절 있었는데.’ 하시며 지난날을 그리워하실 당신이 떠오릅니다.

 

  그런 당신이 떠올려지니, 같아집니다.

  어린 애였던 저도, 지금의 저도. ‘엄마는 나이 드시면 안 될 사람, 늙으시면 안 될 사람이란 이 감정이.

 

  지난 세월, 그리움에 젖어 드는 순간이 불현듯 제 앞에 톡 떨어져 제 선 땅에 콕 박힐 때, 그럴 때 종종 제게도 있음에 조금이나마 엄마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엄마의 지난 시절을 기억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소녀 같으신지……. 모습도 그렇지만 마음도 그러신 분.

  나이와 상관없이, 아니, 외려 나이가 들어가셔도 소녀와 같으셨던, 같으신, 같으실 우리 엄마…….

  그래서 더합니다.

  우리 엄마에게만 시간이 좀 져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왜 이리 시간은, 짧은 걸까요……. 원래 시간이 짧은데 어렸을 때는 모른 걸까요, 아니면 아까 말씀드렸던 듯 나이 들며 느끼는 익숙함으로 인해서 오는 당연함인 걸까요.

 

  어떤 이유이든……. 시간은 참 빠릅니다.

 

  전……. 엄마의 지난날 붙잡고 싶습니다.

 

  이모가 되어 보니 젊은 엄마의 심정이 헤아려집니다.

  옛날에 어른분들이 말씀하시길.

  “, 나도 마음은 이십 대야.”

  “마음은 그대로다.”

  “우리 마음은 젊어.”

  이런 말씀을 제 귀에 놓으셨을 때. 지금 생각하니 그때 어린 저는 알 리 없었던, 그게 당연했었던……. 나이 듦에 관한 설움을 푸시려 제 귀에 떨어뜨리신 푸념. 지금 저는 압니다.

  엄마의 청춘은 다 우리에게 뿌려졌겠지요.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꿈을 펼치고 싶은지에 대한 탐색도 차마 시작할 수 없을 그 젊은 시절 엄마가 되신 엄마, 그러니, 자신을 제대로 알아갈 수 없으셔서 느끼는 마음의 빈곤은 누르고, 자연스레 자신을 향해, 차마 시작이 오지도 않았던 탐색이 자녀에게로…….

 

  저는 엄마가 나이 드시는 데 드는 이 시간이 왜 이리 아깝고 야속한지.

 

  꿈을 갖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저이기에 누군가의 꿈도 소중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우리 엄마의 꿈은 무엇이셨을까, 무엇을 하실 때 제일 행복하실까, 어떤 일을 앞에 두시고 가장 소녀 같아지실까. 궁금해집니다, 엄마.

 

  윤슬처럼 반짝이던 그 시절, 자식들 좋은 걸 먹이시랴, 밤에 잠자리는 편할까 살피시랴……. 밤잠 푹 못 주무시고 오랜 세월 뒤척이시며 잠을 청하셨을 엄마.

  엄마에게도 엄마가 계셨었는데, 엄마에게도 엄마가 계셔야 하는데. 돌봄을 받고 자라셨지만 돌봐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 순간부터 엄마는 어떤 마음이셨을까. 하루하루 날이 감에 엄마는 어떤 마음이실까.

 

  엄마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엄마를 떠올리며, 엄마 없는 설움으로, 누구도 모르게 때로는 엄마 자신도 모르게, 마음으로 또 순간으로 혼자 우시진 않으실까, 온통 기대는 사람들 속에 기댈 사람 찾진 않으실까, 생각하니 마음이 저립니다.

 

  내가 엄마.

  엄마의 엄마 될 순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엄마. 앞으로 내가 어린 엄마로 엄마 편 되어 드릴게요. 조카를 돌보듯 우리 엄마 보살펴드릴게요. 몸 아프시면 보살펴 드리고 맘 아프시면 헤아려 드리고. 엄마가 어린 딸에게 그리하셨던 것처럼.

  나이 든 딸, . 어린 엄마가, 안아드리고 사랑해 드릴게요.

  돈을 드려도 마음을 드려도 엄마와의 영원은 살 수 없을 뿐이라, 엄마가 되어 드릴게요.

  어린 시절 엄마를 세상으로 여긴 딸에게 엄마가 그리해 주셨듯 넓은 품으로 엄마를 안아드릴게요. 엄마가 어린 시절 외할머니께 받은 사랑 다시 느끼시도록.

  사랑해요, 이 세상 하나뿐인 엄마.

 

  엄마의 소녀 같은 모습 지켜드리고 싶어요. 엄마는 나이가 도망치고, 시간이 두려워 도망쳐야 할 유일한 분.

 

  엄마, 사랑해요.

 

  우리 엄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