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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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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보 터진 날
작성자
조*정
등록일
2024.09.10
조회수
91

리허설하는 걸 보고 있다. 책임자가 단상 바로 앞에서 진두지휘한다. 마이크를 오른손에 쥐는 것으로 통일하고 어느 발이 앞에 나오게 할 건지 정하자고 말이다.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모습에 내가 생각했던 편안한 무대 분위기와 상반되어 꼼짝 못 하고 얼어붙었다. 100명 앞에서 북토크를 할 내 모습이 상상이 되어 압박과 부담감이 심해졌다. 북토크 리허설을 하는데 준비한 대본을 또박또박 읽지 말고 자유롭게 하자고 한다.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로 가야 재밌다고 말이다. 또 길게 말하지 않고 짧게 답해도 된다는 사회자의 말을 듣고 더 캄캄해졌다.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 안에서 다시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행사 시작한 지 17분만에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라는 말이 들렸다. 머릿속엔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가득했다. 지끈거렸다.

앞 사람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며 인상 깊은 책 구절을 읽어주었다. 일본사람인데 결혼을 반대한 아버지가 결국 비행기를 타고 한국결혼식에 참석해 애착인형을 딸 손에 쥐어주고 떠났다는 내용이었다. 나이들어가고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 나의 부모가 생각이 나 울컥 눈물이 쏟아져 애를 먹었다. 이제 내 차례였다. 이야기가 공감이 돼 눈물이 난다는 말로 시작했다. 너무 무겁지 않은 내용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게 잘 안돼다 보니 압박감 긴장감이 몰려왔다. 작년엔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떠먹으면 될 정도로 준비를 해주셔서 내 감정에만 집중하면 되었는데 이번엔 직접 밥상을 차려야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긴장되고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 감정사전의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엔 마음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만드는 역할 매개체가 감정사전이라고 했다. 전엔 나 혼자 이런 감정을 느끼고 나혼자 힘들구나 생각했는데 시민작가의 글을 나누며 옆에 동지가 있는듯 외롭지 않았다 라고 말이다. 나이들어가는 부모님을 보는 자식의 애틋한 마음, 육아로 힘들어할때 누가 같이 했으면 하는 고민 감정들에 나도 그랬는데, 이렇게 우리는 연결되고 있구나 라고 느끼게 되었다 라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감정을 한문장으로 표현하라 했던 질문엔 맛있는 요리를 먹을때 입에 머금고 음미하는 성향인데 지금 이 자리가 그런것 같아요, 삼키지 않고 계속 음미하고 싶을만큼 아쉬움이 커요 라고 대답을 했다. 

조리 있게 말을 잘하고 싶었다. 잘 전달이 되었을까.

마지막 순서가 진행되었다. 전문작가들에게 꽃다발을 증정한다고 단상위로 올라오라고 했을때 예상치못한 환대에 또 울컥했다. 인정받았다는 욕구가 채워져 기쁨의 눈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함께 했던 선생님도 소감 나눌때 같은 감정을 가지고 눈물이 난 것 같아 참 고마웠다. 그리고 그분의 노고가 얼만큼이었는지 가늠이 되어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참여자분중 어머니를 모시고 온 남선생님의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모습이 보였다. 인사나누려고 하는데 어머니도 왈칵 눈물을 쏟으시고 감사인사를 하시는데 정말 감동이었다. 눈물이 흘러나오는 걸 주체할 수 없었다. 아드님 글이 너무 좋았어요, 하고 싶었던 꿈을 다시 꾸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달했다. 어머니는 온몸에 사랑을 품고 아들을 꽉 안아주셨다.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내가 오늘 울음보 터진 시작은 압박감에서였겠지만 끝은 뿌듯함, 기쁨이었다.